파이낸셜 타임스 “한국, 금융위기 아시아 첫 희생 우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7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뉴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잇따라 쏟아냈다.
무디스는 17일 “현재 ‘A2’인 한국의 신용등급과 ‘안정적’(stable) 인 등급전망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스앤피도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도 종전대로 ‘안정적’(stable)을 부여했다.
무디스는 “세계 금융시장 위기에 맞서 국가의 취약성을 관리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능력을 전제로 현 등급과 등급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 경제·금융 분야의 개혁 성과, 신중한 재정정책 집행, 상대적으로 견실한 정부 재정수지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2.2%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120억달러의 적자를 낸 뒤, 내년에는 균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스앤피도 “한국은 역동적인 경제, 건전한 재정과 외부환경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 유지를 결정했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다면 한국 경제 및 정부의 재정상태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블룸버그 뉴스>는 이날 투자은행인 아르비시(RBC) 캐피털마켓이 발표한 ‘신흥시장’ 국가의 금융위기 취약성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30개국 가운데 20위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19위인 인도에 이어 두번째로 위험한 국가로 분류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은행권의 높은 소매금융 의존도와 아시아 금융위기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 함께 전체 순위에서 하위권에 속했지만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비해서는 취약성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은 아르헨티나·인도·러시아 등과 함께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는 나라들로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아르비시 쪽은 밝혔다.
또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도 이날 원화가치의 큰 폭 하락을 전하는 기사에서 “한국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아시아의 첫 희생자가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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