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보고서
낙관론 조목조목 반박
낙관론 조목조목 반박
국내 은행들의 외채 만기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민규 이코노미스트 등 3명의 한국투자증권 소속 연구원들은 17일 ‘외화 부채의 실상 파악과 정부의 적극적 대응 필요성’이란 보고서를 내어 “외채 구조와 위험성이 과소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원은 먼저 조선회사들의 환헤지 관련 외채의 위험성을 들었다. 보고서는 “조선사와 은행이 맺은 선물환 계약의 만기는 장기이지만, 이를 은행들이 헤지하기 위해 도입한 외채 만기는 단기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일정 환율로 계약한 달러 물량만큼을 국외 차입을 통해 조선회사에 지급하고 계약 만기 때 조선사로부터 수출대금을 받는 선물환 계약을 맺고 있는데, 수출대금을 받는 시점과 국외 차입을 상환해야 하는 시점 사이 불일치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조선사들의 환헤지 관련 은행 외채가 6월말 현재 938억달러로 전체 은행 외채의 44.6%에 이르는데, 은행들에 직접 상환 부담은 없다”고 설명해 왔다.
보고서는 또 외국은행 국내 지점 외채는 외국 본점에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국내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외은 지점들이 국내에서 어떤 거래를 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외은 지점은 본점에서 달러를 빌려와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에 달러를 주고 원화를 받는 통화 교환거래 계약을 맺는데, 이후 계약 만기에 다시 국내은행에게 원화를 주고 달러를 돌려받는다. 곧 외은 지점 외채 831억달러 가운데 상당 규모가 사실상 국내 은행의 외채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외국인이 보유한 국고채 등은 만기 때 정부나 한국은행이 원화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만큼 외화 유동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보고서는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기 위해 들여온 달러도 국내 은행과 통화 스와프(맞교환) 거래를 하기 때문에 통계엔 ‘정부와 한은 외채’(631억 달러)로 분류되지만, 사실은 ‘국내 은행 외화 채무’”라고 설명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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