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속 정부 적절한 개입이론 힘실려
오바마, 재정지출 공감 대규모 부양책 선회
오바마, 재정지출 공감 대규모 부양책 선회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라고 외친 바 있다. 1930년대 미국을 대공황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해법을 제시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어드 케인스에 대한 칭송이었다. 그러나 닉슨이 재임하던 197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케인스는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바로 그 케인스가 금융위기 속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5일(현지 시각) 조지 소로스가 ‘시장 근본주의’라고 불렀던 미국식 자유시장 시스템이 다시 케인스에 안마당을 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등을 통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주의가 사실상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달 전만 해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비판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17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오바마 후보의 경제자문인 자레드 번스타인은 “재정적자를 줄인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결국 대공황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도 후임 대통령에게 4550억달러(약 56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넘겨주게 됐음에도 날마다 대규모 자금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더 중요한 유산은 ‘시장이 스스로 자구책을 갖추는 데 미숙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케인스 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민주, 공화 양당 모두가 결국 케인스주의에서 처방책을 찾고 있지만, 그 활용방식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공화당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실업급여, 빈곤층 식량지원, 주택보유자 지원 등을 확대하는 쪽을 선호한다. 또다른 이들은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리는 등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예산감시 시민단체인 ‘버짓 워치’의 마야 맥기네스 대표는 “신속한 재정지출 확대로 현금 경색을 풀어야 한다는 케인스 이론에 대부분 공감한다”면서 “중장기 계획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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