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준 탓…경기침체 징후”
원유뿐만 아니라 구리·니켈 등 기초금속, 소맥·대두 등 농산물과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3개월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은 수입업체에는 숨통을 틔워 주겠지만 본격적인 경기침체, 나아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대표적 원자재 가격지수인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289.89로 하루 동안 6.6% 하락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였던 7월3일 473.97에 견줘 39% 급락한 것이다. 특히 구리는 이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4845달러로, 7월2일 최고가 대비 46% 폭락했다.
7~8월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달러화 강세로 투기수요가 줄면서 이뤄진 것이라면, 9월 이후에는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가파르게 하강하면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원유 및 원자재 수요 감소는 1981년 2차 오일쇼크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때도 경험했던 것처럼 경기침체의 징후”라며 “가격 변동폭은 줄어들겠지만 전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심각성과 지속성을 확실히 과소평가했다”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4분기 가격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110달러에서 75달러로, 내년 평균 전망치는 123달러에서 8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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