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은행채 3년물 금리 추이
국고채-은행채 금리차 사상 최고…은행채 안사려해
기관투자자 국고채·현금만 선호…회사채는 거래끊겨
기관투자자 국고채·현금만 선호…회사채는 거래끊겨
“지금 환율, 주가가 문제가 아니다. 크레딧시장(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채권시장 관계자) “대기업도 채권 발행이 안 된다. 사는 사람이 없다. 30대 그룹도 마찬가지다.”(30대 그룹 자금담당자)
국내외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건설사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이나 대기업들도 돈을 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해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계속 치솟게 된다.
13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와 은행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날 민간평가사 평균 국고채 3년 금리는 5.29%, 은행채 AAA 3년 금리는 7.82%로 둘간의 금리 차이는 2.53%였다. 이는 지난 10일 스프레드 2.48%포인트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한 채권 딜러는 “이는 우리 채권시장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대출),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다. 둘 사이 금리 차이가 커진다는 건, 은행채를 사려는 데가 없어 은행채를 발행하려면 금리를 많이 얹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은행채는 국고채 다음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국고채보다 대략 1~1.5%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현상은 국내외 금융불안이 고조되면서 연기금, 은행, 보험, 증권사 같은 기존의 기관투자자들이 국고채나 현금 같은 안전자산만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 부동산대출 부실화 같은 위험요인들이 부각되면서 어느 때보다 우려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투자자들이 초단기로만 자금을 굴리려고 할 뿐, 1년 이상 장기물에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아무도 서로 못 믿는 ‘불신의 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채권브로커는 “은행채 가운데서도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물만 간간이 거래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이날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시디 91일물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6.0%로 2001년 1월(6.0%) 이후 최고치였다. 은행채 금리와 시디금리는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서 빌리는 담보대출,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들이 오르면 대출금리도 자연히 오르게 된다.
은행채보다 신용이 낮고, 금리는 더 높은 일반 회사채는 아예 거래 자체가 끊어진 상황이다. 한 30대 그룹 자금담당자는 “금리를 얼마나 더 줄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자금줄이 완전히 막혀버렸다”며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회사채시장 관계자는 “은행이 은행을 믿지 않는 지경인데 기업을 믿겠느냐”며 “기업어음에 이어 회사채까지 타격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그룹 계열사들에는 아예 기업 관련 채권을 취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갔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건설사, 일부 은행, A-등급 이하 대기업은 자금압박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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