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산업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 비교
수요자 증가→구매력 약화→도입값 상승
가스업계·전문가·정부내부 반대의견 높아
가스업계·전문가·정부내부 반대의견 높아
정부의 가스산업 경쟁체제 도입방안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가스업계와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안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22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이번 주중에 가스산업에 도·소매 민간경쟁 체제를 도입해 천연가스 도입가격과 판매가격을 낮추고 가스공사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내용의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애초 이 안에 부정적이었던 지식경제부는 최근 “방향성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지만 여러 파급효과를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경부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드러내진 못하고 여전히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스업계와 전문가들은 민간경쟁 체제가 도입될 경우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상승하고 가정용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을 가장 우려한다. 최근 국제 천연가스시장은 공급자가 구매자보다 가격결정력에서 힘의 우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시장참여자(수요자)가 늘게 되면 구매력이 분산돼 도입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민간기업이 가스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천연가스를 들여올 수 있었던 건 당시 시장이 구매자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주명 서울대 교수(자원공학과)는 “정책은 ‘타이밍’”이라며 “2015년이면 대규모 신규 물량이 나오는데, 가스공사의 구매력을 약화시킨 상태에서 계약을 추진하게 될 경우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용 가스요금이 대폭 오르게 되는 구조도 문제다.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하면 가스요금 교차보조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수요패턴상 가장 불리한 주택·난방용 사용자가 그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생산자는 연중 사용량이 균일한 수요자에게 더 유리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계절별 수요편차가 큰 가정용 소비자에게 비싼 원료비를 받아야 하지만 가스공사는 평균연료비를 적용해 요금을 매기다 보니, 연중 수요량이 거의 균일한 산업용·발전용 소비자가 그 차액을 보조하고 있다.
민간업체가 가스 도소매시장에 들어올 경우 이런 교차보조가 줄어 산업용 요금은 다소 내릴 수 있지만, 가정용 요금은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 관계자는 “가스는 전기처럼 공공재 성격이 강해 정부가 어느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솔직히 공개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은 최근 자원보유국과 수입국들이 에너지 기업을 대형화화거나 전문 국영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주명 교수는 “가스공사가 세계 최대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국외 자원개발에서 나서고 있는데 이런 장점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저장시설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무릅쓰고 가스 도매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자금력과 경험을 갖춘 곳은 2~3개의 대기업에 불과해 이로 인한 민간 독과점 체제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내 가스시장이 ‘공적 독점’에서 대기업 위주의 ‘사적 과점’으로 바뀌면 소비자들의 종속도는 더 높아지고, 가격담합 등으로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한번 민간기업의 독과점체제가 구축되면 정부도 그 시장을 깨기는 매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특히 저장시설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무릅쓰고 가스 도매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자금력과 경험을 갖춘 곳은 2~3개의 대기업에 불과해 이로 인한 민간 독과점 체제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내 가스시장이 ‘공적 독점’에서 대기업 위주의 ‘사적 과점’으로 바뀌면 소비자들의 종속도는 더 높아지고, 가격담합 등으로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한번 민간기업의 독과점체제가 구축되면 정부도 그 시장을 깨기는 매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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