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이어 두부·김치까지 해양심층수 등 첨가
가격 높이려 함량·효능 비해 ‘과장 광고’ 지적
가격 높이려 함량·효능 비해 ‘과장 광고’ 지적
식음료 업계에 때아닌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먹거리를 살 때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해양심층수, 미네랄알칼리수 등 몸에 좋다는 물을 이용한 제품 출시가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함량이나 효능 등에 비해 마케팅이나 광고를 과장되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쟁’이 가장 세게 붙은 곳은 두부 업계다. 두부시장 1, 2위 업체인 풀무원과 씨제이(CJ)제일제당은 지난 7월부터 해양심층수를 사용한 신제품 ‘풀무원 국산콩 옛맛두부’와 ‘CJ 행복한 콩 깊은 바다 두부’를 출시했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8월에 10억원어치가 팔려, 예상보다 빠른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며 “깨끗하고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3위 업체인 종갓집도 이달 말께 ‘미네랄알칼리수 두부’라는 콘셉트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심층수 두부에 대항하기 위해 미네랄알칼리수를 내세운 것이다.
이마트와 한성식품은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해양심층수 김치’를 개발해 지난달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진로는 지난 여름 해양심층수를 첨가한‘참이슬 후레시 섬머’를 출시해 인기를 얻었다. ㈜일화에서는 이달에 해양심층수에 비타민을 첨가한 비타민음료 ‘1032 비타민워터’를 내놓았다. 1032는 해양심층수를 길어올리는 깊이를 의미한다. 이밖에도 해양심층수 소금, 해양심층수 장류, 해양심층수 막걸리, 해양심층수 맥주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식음료 업계에서 ‘물’을 강조한 것은 하이트맥주의 천연암반수 마케팅 등에서 볼 수 있듯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양심층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불이 붙었다고 볼 수 있다.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끌어올린 바닷물로,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건강에 좋다고 업체 쪽에서는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물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좋게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주부 김성희(56)씨는 “해양심층수가 정말 몸에 좋은지, 이런 제품들이 과연 해양심층수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 가격을 올려받을 정도의 차별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의 ‘해양심층수 김치’는 해양심층수로 배추를 절였다는 인상을 받게 되지만, 실제는 김치안에 넣는 김치속을 버무릴 때 해양심층수를 첨가한 것이다. 해양심층수 두부도 콩을 키우거나 두부를 불릴 때 해양심층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부를 굳힐 때 소량 사용하는 응고제로 해양심층수 농축액을 사용했다. 진로 쪽은 “해양심층수를 몇 % 정도 첨가했는지는 제조공법상 비밀”이라고 함유량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제품들은 대부분 해양심층수 이미지를 제품명이나 광고에 크게 활용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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