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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외서 직접 사자” 유통업체 직수입 바람

등록 2008-09-01 18:54수정 2008-09-01 23:06

“국외서 직접 사자” 유통업체 직수입 바람
“국외서 직접 사자” 유통업체 직수입 바람
가격 낮추고 마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
와인 등 절반값…국내 제조업체엔 타격
이마트는 이번 여름에 미국 이글루사의 아이스박스(42ℓ)를 3만9900원에 팔았다. 기존에 팔고 있던 다른 아이스박스들보다 20% 가량 싼 것이다. 올해 초 상품개발본부가 이글루 본사와 접촉해 직수입한 덕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할인점들은 외국 제품은 수입업체에서 사들인다. 올해 들여온 3천개가 매진됐고 내년에는 1만5천개를 들여오기로 계약했다.

한준 이마트 유제품담당 바이어는 다음달 내놓을 오스트레일리아 폰데라사의 크림치즈 수입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그는 “치즈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치즈 국제가격은 올해 50% 이상 올라 직수입에 나섰다”며 “경쟁 제품보다 20% 정도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테스코 계열인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자체브랜드(PB) 제품 ‘테스코 스파게티’(2㎏)를 3480원에 팔고 있다. 오뚜기 스파게티가 500g에 2240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값도 안 된다.

유통업체들이 국외 제조업체나 농장, 와이너리 등에서 직접 제품을 수입해오는 ‘국외 직접구매’(글로벌 직소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고물가 시대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통업체들 “가격 낮추고 마진 높이고” = 국외 직접구매는 피비와 함께 최근 유통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이다. 지난해 400여개 품목, 1천억원어치 상품을 외국에서 직접 구매한 이마트는 2010년 1조원까지 매년 규모를 대폭 늘려갈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8천만달러(FOB 기준)에서 2010년 5억달러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1천억원에서 2010년 5천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외 직접구매’는 유통업체가 기존에 중간 수입업체에서 사던 물건을 자신들이 직수입하는 것이다. 국내 제품을 국외 제품으로 바꾸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35명의 국외소싱 전담 바이어가 가장 싸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국외 직접구매를 하면 소비자가격도 낮아지지만 유통업체에 돌아가는 마진율도 높아진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소비자가격은 10~20% 정도 낮아지고, 할인점 마진은 10% 정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 국내 제조업체엔 악재 = 하지만 유통업체가 자꾸 값싼 국외 제품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국내에 기반을 둔 제조업체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국내와 국외 양쪽에 생산기반을 둔 제조업체도 국외공장 제품을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외공장 제품이 더 싸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과 국내 두 군데 공장을 가진 한 중소기업은 올해 들어 이마트 쪽이 중국 공장 제품을 피비로 공급할 것을 요구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강명구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 파트장은 “국외 직접구매가 확대되면 국내 제조업체에 미치는 타격은 심각할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진 연구원은 “글로벌 직소싱은 소매 유통업체들의 바잉파워가 세지면서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트렌드”라며 “그 과정에서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국내 제조업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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