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3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웃옷을 벗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에너지기본계획 긴급점검
(상) 수요관리 적정한가
(상) 수요관리 적정한가
27일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수요관리를 강화하고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수요관리의 적정성과 원전비중 확대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될 에너지기본계획의 문제점과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
2030년 ‘2006년의 1.5배’
감소의지 부족하고 소극적
산업·전력부문부터 개선을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비전은 앞으로 에너지수요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수요 전망을 과도하게 하면 이에 맞춰 공급을 증가시키도록 계획을 짜야 하고, 이는 다시 에너지소비를 늘리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은 첫단추로 꼽히는 수요 예측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본계획은 2030년 1차 에너지수요를 2006년 대비 1.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사이 1인당 국내총생산은 2.4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것에 견주면 낮은 비율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수요 관리로 평가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은 “에너지 소비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철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2015~2020년 사이에 에너지 소비가 정점에 이르도록 정책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이 지나치게 높은데다 앞으로 닥쳐올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3211달러로 세계 23위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세계 14위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3791달러인 독일, 3만9090달러인 일본보다 소비량이 많다.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2015년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이를 것이고, 2020년에는 1990년보다 배출량을 25~40%까지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너지 선진국들은 2차 오일쇼크를 겪었던 197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통해, 에너지 수요량을 줄여왔다. 독일은 해마다 국내총생산량이 1.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2030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3.65TOE(석유환산톤)로 2004년 4.18TOE보다 낮게 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6.18TOE로 2006년에 비해 30% 가량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관리의 핵심은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산업부문과 에너지전환 손실이 큰 전력부문에 맞춰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개선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계는 전력소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부문은 그동안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투자는 등한시 했고,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정책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초래해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전기요금 탓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금속, 석유화학, 철강 업종 등이 여전히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게 돼 산업구조 개편의 장애가 돼 왔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 최종에너지 중 전력 비중을 현행 17%에서 21%로 올려 잡고 있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핵을 분열시키거나 석유·석탄·천연가스 등을 태워 전기를 얻는 과정에서 40%만이 전기로 전환되는 점에 비춰보면, 전력공급량은 현재보다 50%를 늘려야 한다. 이를 두고 에너지시민연대는 “싼 가격에 막대한 양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 발전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력 비중을 낮추거나, 현재 상태로 유지해 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감소의지 부족하고 소극적
산업·전력부문부터 개선을
1인당 에너지소비 국제비교
우리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너지 선진국들은 2차 오일쇼크를 겪었던 197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통해, 에너지 수요량을 줄여왔다. 독일은 해마다 국내총생산량이 1.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2030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3.65TOE(석유환산톤)로 2004년 4.18TOE보다 낮게 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6.18TOE로 2006년에 비해 30% 가량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의 에너지 소비 전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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