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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앞만 보고 달려온 10년…“이젠 내실에 눈 돌릴때”

등록 2008-08-24 21:40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핑 주임이 23일 워커힐에서 고기술 창신 국가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한중 정보통신 기술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을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핑 주임이 23일 워커힐에서 고기술 창신 국가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한중 정보통신 기술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을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최태원 회장’ 10년 SK그룹
재계 5위→3위, 매출 36조→78조 외형 ‘괄목상대’
지주사 제역할 못찾고 순환출자구조 여전한 ‘숙제’

‘재계 서열 5위에서 3위, 자산 규모 32조원에서 72조원, 매출 36조원에서 78조원, 순이익 9000억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다음달 1일로 취임 10돌을 맞는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받은 성적표다. 1998년 에스케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 회장의 경영 전략은 ‘행복 경영’ ‘그룹 경영’ ‘글로벌 경영’으로 요약된다. 매출과 이익 증대,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도약, 이사회 중심경영 및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으로 사회적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외형상 성공적이란 평가도 있지만, 최 회장이 최근 열린 고 최종현 회장의 10주기 추모 사진전에서 스스로 밝힌대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태원 체제 10년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지배구조 개선이다. 2003년 에스케이글로벌(현 에스케이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은 최 회장은 물론 에스케이그룹 전체의 존립을 뒤흔든 시련이었지만 최 회장은 이사회 중심 경영과 지주회사체제 전환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 냈고 결국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냈다.

문제는 여전히 지주회사체제를 운영하는 원칙과 관행이 확립되지 않았고, 에스케이시앤시 지분 처리를 둘러싼 최 회장 개인의 선택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에스케이 계열사의 한 전직 임원은 “일상적 경영활동은 자회사 이사회에 맡기더라도, 지주회사 이사회는 그룹 차원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한데 최 회장과 자회사 이사회 모두 이를 미루고 있다”며 “의사결정의 최종결정권자가 분명치 않다보니 결과적으로 사업구조 재편이나 외국진출 모색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 취임 후 에스케이 변화
최태원 회장 취임 후 에스케이 변화
최 회장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힘의 근원인 에스케이시앤시의 지분 확보 과정과 기업가치 성장과정에서 ‘회사기회 유용’이라는 비난의 짐도 떠안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에스케이시앤시→에스케이→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시앤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에스케이시앤시가 에스케이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이 이득이 최 회장에게 흘러가는 구조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 회장 지분의 부당이득 문제는 최 회장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법률적 문제 이전에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에스케이시앤시 상장 차익의 일부라도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가장 강조한 글로벌 경영도 본격적 평가를 받을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애널리스트는 “에스케이가 외국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점은 높게 평가하고, 아직까지 무리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회사 규모에 비해 아직까지 투자 규모가 적고 무엇보다 가시적 성과를 낸 게 없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 외에도 생명과학, 신재생 에너지, 환경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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