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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전자조작식품·광우병…‘먹거리 딜레마’

등록 2008-08-17 21:50

안전이냐? 가격이냐?
싼 제품은 왠지 꺼림칙…불안 심리 커
유기농 한우·비GMO 식품 비싸 부담

미국산 쇠고기, 유전자조작식품(GMO) 등 먹거리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겨냥해 기업들은 유기농 한우부터 비GMO콩 식용유까지 ‘안전 먹거리’를 속속 내놓고 있지만,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훨씬 비싸 ‘안전’과 ‘가격’ 사이의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다. 안전한 것을 먹자니 가격이 비싸고, 싼 것을 먹자니 안전성이 걱정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여유 계층만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식품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설 식용유’를 생산하는 씨제이(CJ)제일제당은 다음달 유전자조작 콩이 아닌 일반 콩(비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대두유)를 내놓을 예정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대두유는 모두 유전자조작 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해 생산을 결정했다”며 “아직 출시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가능한 9월 안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최근 유전자조작식품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자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나온 측면이 크다.

문제는 가격이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국제 곡물시장에서 비GMO콩의 가격이 GMO콩보다 20~40% 가량 높게 형성돼 있는데다, 별도 가공 과정과 유통경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대 두 배까지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두유는 1.8ℓ에 5천원 정도 한다. ‘웰빙바람’으로 올리브유 등의 사용이 늘긴 했지만 대두유는 여전히 가정용으로 연간 17만톤 이상이 소비되고 있고, 식품회사나 식당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비GMO 식용유가 나올 경우 많은 소비자들과 기업, 식당들이 다시 한번 ‘가격이냐 안전이냐’하는 고민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최근 광우병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중에 퍼진 ‘부자들은 한우 먹고, 돈 없는 사람은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 먹으라는 것이냐’는 냉소에서 잘 드러난다. 한우에 대해서도 안전성 논란이 일자 백화점들은 최근 발빠르게 유기농 한우를 내놓았다. 하지만 유기농 한우의 가격은 100g당 1만5천원~2만원으로 보통 사람은 엄두를 내지 못할 가격이다. 많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유기농 식품과 일반 식품 사이에서도 여전히 이런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이 증명된 것도 아닌데 시민단체 등에서 과도하게 위험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비용 때문에 못 사먹는 사람들의 박탈감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쪽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본질 흐리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소비자리포트 대표인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은 “경제력과 정보력을 갖춘 사람만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식품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시장논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한 먹거리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이 소비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소위 ‘프리미엄 제품’을 가격을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비GMO 식용유가 나오면 과연 그 가격이 적정한 건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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