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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황창규 사장(반도체 총괄)이 26일(현지시간) 미 전자산업협회(EIA)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기술혁신 선도자상’을 받았다.
이날 낮 워싱턴 로널드레이건빌딩에서 열린 수상식에서 데이브 매커디 협회회장은 “황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서 혁신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우리 전자산업협회의 목표를 그대로 구현했다. 고급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은 전자제품 제조업자들이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황 사장은 수상연설에서 “경제, 문화, 사회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디지털혁명은 반도체로 가능했고 반도체의 빠른 발전이 모바일과 디지털 사회로의 이전을 앞당기게 하고 있다”면서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전자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적 단체인 전자산업협회는 그동안 미국 전자산업 발전에 기여한 국내 인사들에게 상(Medal of Honor)을 수여해 왔다. 최근 물러난 휼렛패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아이비엠의 토머스 왓슨, 모토롤라의 밥 갈빈, 코닝의 아모 휴튼 등이 이 협회가 주는 상을 받은 최고경영자들이다. 또 전 국토안보부 장관 톰 리지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낸 로버트 죌릭(현 국무부 부장관)도 수상자로 선정된 적이 있다. 협회는 올해부터 ‘기술혁신 선도자상’을 제정하고 대상을 외국인에게까지 넓혔는데, 황 사장이 그 첫해 수상자의 영예을 안게 된 것이다.
황 사장의 수상은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올라섰고,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임을 미국 업계가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명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을 “무명의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급성장시킨’ 공로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기도 했다.
황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상으로 세계시장에서 삼성의 위상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할 때”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영전략에 대해 “항상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골프를 칠 때도 벙커를 피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황 사장은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디램 반도체를 개발을 지휘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를 이끌면서 반도체 기술 발전을 주도해왔다. 지난 2002년에는 반도체칩의 기억용량이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 대신 반도체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말솜씨가 있는 그는 2003년부터 스탠포드와 하버드대 등에서 반도체산업 미래에 대해 강연을 해오고 있다. 그는 “강연 때마다 수백명이 몰려 강의실 문을 닫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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