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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검정고시 출신 최고의 증권분석가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

등록 2005-04-26 17:44수정 2005-04-26 17:44

“머리? 학벌? 90%가 노력이죠”

증권가에서는 주가 잘 맞추는 사람이 최고다. 그 결과에 따라 돈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김영익(46) 상무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00년의 주가 급락,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후 반등, 지난해 5월의 주가 하락과 올해 주가 상승 등을 줄줄이 맞추며 여의도의 족집게 스트래티지스트(증권사 연구원 중에 개별 기업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사람)로 떠올랐다. 언론사에서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순위에도 최근 5년 동안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그는 이런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말 투자전략실장에서 리서치센터장으로 승진했다. 동기들 중 가장 빠른 임원 승진이다. 25일 임원실에서 만난 그에게 ‘머리’와 ‘학벌’과 ‘노력’ 가운데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물었다.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머리는 기본만 되면 됩니다. 90%가 노력이죠.” 그의 삶을 돌아보면 이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정형편탓 중·고 잇단 검정고시…31살 입사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농부형인간’
“최선을 다하자” 끊임없는 공부가 성공밑천

전남의 깡촌 함평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교회에서 중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배웠다. “의자도 없어서 마룻바닥에 엎드려 배웠다”고 한다. 농고에 입학했지만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다. 전남대 경제학과에 들어간 것이 22살, 서강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사병으로 입대한 것이 29살, 대신경제연구소에 입사한 것이 31살(88년)이었다.

입사 이후 지금까지 그의 출근 시간은 새벽 6시다. 술먹고 새벽 2시에 들어가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소위 ‘아침형 인간’(그의 표현에 의하면 ‘농부형 인간’)의 표본인 셈이다. 출근하면 간밤에 열린 미국 주식시장 결과와 해외에서 발표된 각종 지표를 챙겨 이메일로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고객들에게 보내준다. 증권사는 주 5일 근무지만 토요일에도 출근해서 1주일의 주식시장을 정리하는 보고서를 만든다. 그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료를 읽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요즘은 실력 없으면 후배들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세상 아닙니까?” 그의 ‘노력주의’는 그 바쁜 증권사 생활 와중에 박사과정(야간대학원이 아닌 정식 과정)을 졸업(97년)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늘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느 날 결단을 내렸죠.” 회사의 눈총을 어떻게 피해갔을까. “자료를 누구보다 많이 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접목시켜 더 깊이 있는 자료를 내려고 노력했죠.” 새벽 6시에 나와 밤 10시에 들어갔다. 대학원 안다니는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데 회사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 주말에는 학교공부를 보충하느라 도서관에서 살았다. 덕분에 올해 고 1인 딸아이하고는 아직도 사이가 서먹하다. 어렸을 때 제대로 시간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에서 공부한 것이 아직도 밑천이 많이 됩니다.”

소위 스카이 (SKY, 서울대·연대·고대)출신이 대부분인 증권가 리서치업계에서 몇 안 되는 ‘지방대출신’으로 차별을 느낀 적은 없었을까? “입사할 때 차별이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일단 들어오면 자신의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 밑에도 ‘지방대출신’이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부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위 명문대 출신이지만 그리 빛을 못보고 퇴사한 부하도 있었죠.”


나이 마흔을 넘고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서 그도 여유가 생겼다. 이제 토요일 오전에 볼 일을 끝내면 강원도 주말농장으로 달려가 농사를 짓거나 마라톤 연습을 한다. 농사는 어렸을 때부터 해봐서 상당한 수준이다. 2000년부터 시작한 마라톤은 이제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다.

그의 좌우명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뻔한 말이지만 그가 말하니 뻔하게 들리지 않았다. “60이 넘어도 계속 공부를 하고 직접 자료를 쓰는 스티븐 로치(모건 스탠리의 유명한 이코노미스트)처럼 되는 것이 소망입니다.” 회사생활 내내 사무실 문을 제일 먼저 열었는데 요즘은 그보다 빨리 출근하는 후배가 한명 생겼다고 한다. 그는 아마 ‘제2의 김영익’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안선희 기자 사진 이정용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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