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름값이 이틀새 배럴당 16달러나 폭등했다. ‘유가 150달러 시대’ 도래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10.75달러(8%) 오른 138.54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폭으로 역대 최고치로, 전날 상승분인 5.49달러까지 더하면, 단 이틀 동안 13%라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5월 미국 실업률이 22년 만에 최고치인 5.5%를 기록하는 등 악화하는 미국 경제상황이 기름값 폭등을 불러일으켰다.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기름값이 올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기름값이 오르자 이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13%나 폭락했다.
최근 국제기름값 급등 현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수급 요인과 달러화 가치 변동만으로는 지금의 기름값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투자전문기관이 기름값 전망을 내놓으면 오래지 않아 그 가격이 실제 시장에서 실현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자본들이 인위적으로 기름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골드만삭스가 향후 기름값을 140달러로 전망하자 뒤이어 국제기름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고, 6일 기름값 급등 역시 모건스탠리가 다음달 4일까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름값이 조만간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쇼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은 6일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투기 수요와 달러 약세로 기름값이 이달 말 14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며, 여름철이 끝나갈 무렵 기름값은 150달러 선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기름값이 널뛰기 양상을 보이는 것은 기름값이 정점에 도달한 징후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높은 기름값 때문에 수요가 줄면서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널리스트 28명에게 조사한 결과, 64%인 18명이 다음주의 기름값 하락을 예상했으며 추가 상승을 전망한 애널리스트는 8명이었다고 밝혔다.
국제기름값이 기록적으로 급등하자 주요 8개국(G8)과 한국·중국·인도 등 11개국 에너지 각료는 8일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G8+3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산유국에 공급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높은 기름값은 소비국뿐 아니라 생산국 경제의 이익에도 반한다며 산유국의 공급을 촉구하고 각국의 에너지 효율 목표를 자발적으로 설정하고 진행 상황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한·미·중·일·인도 5개국도 7일 산유국들에게 증산을 촉구했다. 또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력을 높일 수 있도록 투자를 늘리고, 석탄 등 재래식 연료의 공급도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가 달라,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마리 일본 경제산업상은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소비 감축) 약속 없이는 어떤 (에너지) 전략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성장 초반 단계라고 주장하는 두 나라는,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 제시 등 에너지 소비 감축 노력에 소극적이다.
류이근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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