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자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
유류할증료 갑절 늘어 상품값 급등·수요줄어
대한항공 등 적자 눈앞…일부노선 중단까지
대한항공 등 적자 눈앞…일부노선 중단까지
모두투어가 판매하는 ‘동유럽 5개국 9일’ 여행 상품 가격은 23일 현재 유류할증료(10만5천원) 포함 289만5천원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똑같은 상품 가격이 259만원이었다. 3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가격 상승의 주범은 환율과 유가다. 연초 1유로당 1372원이었던 환율이 22일 현재 1640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연초 배럴당 90달러대였던 유가가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항공사들이 항공료에 추가하는 유류할증료 역시 치솟고 있다. 연초 52달러였던 국적기들의 미주·유럽 노선 유류할증료는 5월 들어 140달러까지 인상됐다. 중국·동남아는 25달러에서 62달러로, 일본은 11달러에서 32달러로 올랐다.
몇년동안 수직상승했던 국외여행 수요로 호시절을 누렸던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고유가·고환율·경기둔화’라는 3대 악재에 치명타를 맞고 있다.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항공료와 여행상품 가격이 오르는데다 국내 경기 하강세까지 뚜렷해지면서 국외 여행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외 출국자 수는 2000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씩 증가했으나 지난 1분기에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3.9%에 그쳤고 3월에는 2003년 사스 파동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지난 3월 영업이익·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3% 감소한 13억7천만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가까이 줄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2003년 사스 파동과 카드사태 이후로는 국외여행 수요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국내 여행업계도 순조롭게 성장해왔다”며 “올해 들어 악재들이 겹치면서 여행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더 심각하다. 여행수요가 감소하는데다, 유류할증료 인상이 유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1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연료비로 사용한 금액은 각각 8116억원, 3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 40% 급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96억원, 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87.1%, 20.7% 감소했다. 최원경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올해 2분기 항공유 평균 구매가격은 최소 배럴당 130달러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대한항공은 2분기에 11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부산~중국 시안 노선 등 일부 노선에 대해 운휴·감편에 들어가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영국의 <가디언> 인터넷판은 최근 “브리티시항공(BA)의 윌리 월시 최고경영자가 ‘고유가와 불확실한 세계 경제로 인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저가 항공운임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며 “이는 소비자들로서는 싼 항공료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던 전성시대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