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보다 휘발유 비싸” 주장에 석유협회 반박
지난해 6월 휘발유 유통마진을 놓고 공방을 벌였던 기획재정부와 정유업계가 이번엔 일본 석유산업의 규제완화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일본 석유산업의 규제완화를 예로 들며 국내 석유시장에는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가격이 국제 수준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하자, 석유협회가 5일 해명자료를 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는 2일 ‘일본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세금을 제외한 우리나라 휘발유의 리터당 가격은 661원이고, 지난해 7월 기준의 독일(600), 프랑스(624원), 미국(629원), 일본(592원)의 휘발유 가격보다 높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일본의 경우 휘발유 가격을 떨어뜨리고자 1987~2002년 사이 석유제품 수입 자율화, 한국의 상표표시제와 비슷한 주유소의 공급원증명 제도 폐지 등 비축·품질확보를 제외한 유통부문 규제는 모두 없애 이런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는 5일 해명자료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일본보다 오히려 낮다고 주장했다. 석유협회는 올 1~3월 국내 휘발유의 세전 가격은 리터당 780.80원으로 일본의 840.07원보다 60원 가량이 낮다고 해명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휘발유는 평균수준이고 경유는 크게 낮다고 밝혔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우리나라만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했고, 다른 나라는 7월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똑같이 7월과 비교하면 562.71원으로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싸다”고 주장했다.
석유협회는 또 기획재정부가 일본이 유통단계에서 경쟁이 이뤄지면서 일본 석유회사의 매출액이 우리나라 정유사에 비해 4배 많은데 비해 영업이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국내 정유사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이 좋은 이유는 최근 수출채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쪽의 공방은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을 어떻게 인하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보는 반면, 업계는 높은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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