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설익은 에너지절약 방안을 내놓았다가 뒤늦게 후퇴하거나 백지화하면서 망신살을 자초하고 있다.
지경부는 지난달 24일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절약 방안의 하나로 모든 건물의 실내 냉·난방온도를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의 구매를 늘리기 위해 연비 1등급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요금을 50% 깎아 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경부 관계자는 5일 “부처 협의결과 연비 1등급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과 공영 주차장 요금할인을 시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가 “차종이 40개 가량으로 이를 구분하기 어렵고 같은 차량 모델이라도 배기량과 연비가 여러 종류여서 시행이 힘든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처협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정책을 발표했다가 이견을 드러내면서 시작도 못하게 된 것이다.
앞서 지경부는 지난 2일 실내 냉·난방 온도제한 규제방안을 발표한 직후 언론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까지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뒤늦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정부가 시민단체가 캠페인 차원에서나 추진할 만한 방안을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실효성과 지속성이 생명인데 여기에 혼선까지 빚어 스스로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