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석유공사와 에스케이에너지가 이라크 원유·천연가스 개발사업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이라크 정부가 석유공사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에 맺은 유전개발 계약을 두고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불이익을 줄 것임을 선언한 데서 나아가, 이를 ‘행동’에 옮긴 것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이라크 석유부는 13일 입찰 자격 획득을 위한 예비 신청에 참여한 120개의 기업·컨소시엄 가운데 3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셰브론·엑손모빌·비피(BP) 등 석유메이저들과 함께 한국은 가스공사 컨소시엄 1개, 일본 4개, 중국 4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와 독자적으로 유전개발 계약을 맺은 석유공사·에스케이에너지와 같은 외국 기업은 모두 탈락시켰다. 이라크 석유부는 “쿠르드 쪽과 독자적으로 계약을 맺는 이들에게는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 쪽은 이번 탈락을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가스공사 컨소시엄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를 통과한 점을 애써 강조했다. 또 최근 이라크 연방정부와 쿠르드 지방정부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스공사를 포함한 엘지, 대우 등 한국컨소시엄의 통과는 이라크 정부가 유전·천연가스 개발에서 한국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지난 12일 이라크 말리키 총리와 쿠르드 바르자니 총리가 만나 쿠르드 민병대의 정규군 편입 및 쿠르드 유전개발 이슈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어 향후 석유공사 컨소시엄에 대한 제재조처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이번 조처로 석유공사가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유전개발 계약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미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법률이 충돌할 경우에도 계약이행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적 자문을 받았다”며 “이라크 정부도 일방적으로 쿠르드를 무시하고 갈수는 없는 상황으로 이번 탈락으로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계약에 변동된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서수민 기자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