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헉’…국외여행·유학 주춤
경기둔화 불안 겹쳐 출국자 소폭 증가 그쳐
연수도 멈칫…여행수지 적자 넉달째 감소
연수도 멈칫…여행수지 적자 넉달째 감소
최근 몇년동안 거침없이 치솟던 국외여행과 유학·연수 증가세가 올해 들어 원화 약세에다 경기둔화 우려감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한동안 계속될지는 앞으로 경기 흐름과 환율 추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여행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1~4월 출국자 수를 보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5.2%가 증가했으나 올해에는 10.3% 증가에 그쳤다. 3월 출국자 수는 지난해 9만5661명에서 올해 9만2591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4월(예약자 기준)에도 증가율은 7.4%에 그쳐 전년 증가율 49.85%와 대조를 보였다. 업계 2위인 모두투어도 비슷하다. 지난 1분기 출국자 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해 지난해 증가율 45.2%의 3분의 1수준이었다. 4월(예약자 기준)에는 전년 대비 13%가 감소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3월에는 4월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여행객 수가 일시적으로 줄었다”며 “5월 어린이날 등이 낀 황금연휴를 맞아 다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환율 영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원화 약세는 여행상품 가격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된다”고 말했다.
국외여행뿐 아니라 유학과 연수 쪽도 타격을 받고 있다. 캐나다 전문 ㅌ유학원 관계자는 “영어몰입 교육 등으로 학부모들 상담건수는 더 증가했지만, 환율로 인한 비용상승 때문에 포기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며 “지난해 130~140명 정도를 내보냈는데 올해는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학업체인 ㄱ사 관계자는 “9월 입학을 위한 초기 상담을 진행하다가 포기하는 학부모들이 늘었다”며 “유학은 1년 단기로 시작해서 장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학부모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학·연수 수요는 교육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경기와 환율에도 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경기적인 측면에서도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여행수지 적자규모도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여행수지 적자액은 10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2월 10억6천만달러에 비해 2천만달러가 줄었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에 비해 8천만달러 줄어든 데 이어 12월 5천만달러, 올해 1월 6천만달러가 감소해 넉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2월에는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애초 예상과 달리 출국자 수가 줄었다”며 “이런 경향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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