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금리차
금리인하 시사…금통위, 금리 동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국외 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며 “경제성장은 몇달 전 예상보다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기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증가율이 다소 낮아지면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 둔화를 상대적으로 강조한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금통위는 정책금리인 ‘한은 기준금리’를 연 5.00%인 현 수준에서 묶기로 결정했다. 정책금리는 지난해 8월 현 수준으로 오른 뒤 8개월째 동결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소비자물가가 넉달째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3.0±0.5%) 상한선을 벗어났고, 앞으로도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게 한은 쪽 설명이다.
이 총재는 “당초 미국 금융시장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우리나라 실물 쪽에 별다른 영향을 안 줬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수 쪽에서도 원유와 원자재값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에 대해선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연말 쯤 진정돼 목표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낸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일부 경기 관련 지표들은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세계경제 성장 둔화, 고유가 지속 등 국외 여건 악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요인이 얼마만큼 현재화될 것인지가 국내 경기에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까지 “국내 경기는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왔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물가 상승률이 연말께야 안정된다고 밝힌 것에 비춰보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국제 원자재값이 안정된다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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