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IPIC, 서로 “주주계약 위반” 주장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보유지분 70%)인 아랍에미레이트계 투자회사 아이피아이시(IPIC)와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19.8%) 사이에 현대오일뱅크 주식 매각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5일 주주계약을 위반했다며 주식매입권 행사를 선언하자, 아이피아이시는 8일 계약을 위반한 것은 거꾸로 현대중공업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아이피아이시는 이날 ‘현대오일뱅크 주식매각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 “현대 주주들이 매각 절차를 방해해 오히려 계약을 위반했다”며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대 계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30%를 우리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피아이시는 잇따른 현대중공업의 대응을 “낮은 가격에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입하기 위한 부적절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두 회사간 공방의 발단은 아이피아이시가 지난해 5월 현대오일뱅크 주식의 20~50%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한 뒤, 지에스칼텍스 등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들과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면서 비롯됐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말 아이피아이시가 현대중공업의 우선매수권을 무시하고 매각을 진행한다며 법률적 대응을 통보했고, 지난달 21일에는 인수후보인 지에스칼텍스 등을 상대로 법원에 주식매수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이 2003년 맺은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분을 싸게 사려는 현대중공업과 비싸게 팔려는 아이피아이시가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 내용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아이피아이시가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길 경우 같은 매각조건에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따라서 단지 지분 인수가 목적이라면 아이피아이시의 매각절차를 기다리면 된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 싱가포르 국제사법재판소에 중재 신청을 냈고, 중재 결정에는 1~2년이 소요되며 이 기간에는 아이피아이시의 지분매각은 진행되지 못한다. 현대중공업 쪽은 이날 “아이피아시 쪽이 명백히 계약을 위반했으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견해를 되풀이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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