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 소비자가격 변동 추이
국제시세 최고치 행진…휘발유값 92% 수준으로
이달안 추월 가능성…정부 “세금 못내려” 난색
이달안 추월 가능성…정부 “세금 못내려” 난색
일선 주유소에서 파는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맞먹거나 더 비싸질 수도 있게 됐다. 최근 경유의 국제시세가 크게 오른 반면, 휘발유 시세는 한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회사들은 석유제품의 주유소 공급가격(공장도가격)을 정할 때 싱가포르 등 국제시장의 2~3주 전 거래시세를 반영한다. 국제시장에서 경유값은 지난 3월28일 배럴당 135.3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는 이번달 중순쯤에는 경유와 휘발유 값이 비슷하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경유의 국제가격을 환율을 고려해 리터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3월 첫째주는 730원, 둘째주와 셋째주는 각각 807원과 852원 정도다. 3월 넷째주 들어 경유값과 환율이 다소 내렸지만 역시 환산가격은 820원에 이른다. 반면 휘발유의 국제가격은 3월 둘째주 694원, 셋째주 689원, 넷째주 685원으로 약간 하락하고 있다. 국내 경유와 휘발유의 리터당 소비자 판매가격 차이는 3월 첫째주 192원이던 것이 점차 줄어 넷째주에는 129.06원에 불과하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경유값은 국제시세가 배럴당 120달러대 때 반영가격”이라며 “환율변동이나 시장경쟁 상황을 아예 배제할 수 없지만,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번주나 다음주 중에 경유와 휘발유 값이 같아지거나 역전돼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 시세로는 경유가 휘발유 값보다 비싸며,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세전가격 역시 경유가 휘발유보다 리터당 53원(2월 기준)이 높다. 다만 세율이 달라 실제 소비자가격은 휘발유가 더 비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경우에 따라 소비자 가격마저 경유가 휘발유를 앞지르게 된다면 경유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에너지세제 개편안에서 제시한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가격의 비율은 100대 85인데, 이는 진작 무너졌다. 3월 넷째주에는 경유값이 휘발유 가격의 92.3%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시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로 한 것은 국제 수준을 감안한 것”이라며 “국내 경유 가격을 내리기 위해 세제를 손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김승래 박사는 “세제개편 당시 100대 85를 ‘세금 비중’이 아닌 ‘소비자 가격 비중’으로 정하다보니 국제제품 가격변화에 일일히 맞추기 어렵게 만들었다”면서도 “단기적인 조정보다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에너지 세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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