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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힘세진 엔화…일본여행 ‘주춤’

등록 2008-03-30 21:33수정 2008-03-31 00:04

원-엔환율과 일본 여행객 추이
원-엔환율과 일본 여행객 추이
환율 급등 탓 여행상품 가격 잇따라 인상
여행자 수 ‘제자리’…수입식품업체도 울상
회사원 임지영(26)씨는 지난해만 세 차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2월에는 1박3일 ‘밤도깨비 여행’을, 8월에는 5박6일 여름휴가를, 12월에는 어머니와 함께 2박3일 쇼핑 여행을 갔다. 임씨는 “지난해 원-엔 환율이 800원대 아래로 내려갔을 때는 정말 부담 없이 고급호텔이나 음식 등을 즐길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는 명품도 많이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날마다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버릇인 임씨는 최근 원-엔 환율이 900원을 넘더니 1000원까지 뚫리는 것을 보며 ‘이젠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일본 여행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온천 여행과 유니클로 청바지, 기코망간장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었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해 초약세를 보였던 엔화가 올해 들어 초강세로 변하면서 ‘일본’이 붙은 모든 것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때 100엔당 750원 아래까지 내려갔던 원-엔 기준환율은 28일 현재 997.49원까지 올랐다.

여행업계는 4월부터 일본 패키지 상품의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상품에 따라 최소 2만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가격을 인상한다. 도쿄/오사카 5일 상품은 기존 102만9천원에서 109만9천원으로, 오사카 가족여행 4일 상품은 144만9천원에서 154만9천원으로 오른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유류 할증료를 올린데다 환율까지 상승해 가격인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었던 일본 관광객 수는 이미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를 통해 나간 일본 여행자 수는 지난해 1~3월 6만4334명으로 전년보다 2만8843명이 늘었지만 올해는 1만1404명 증가에 그쳤다. 특히 3월의 경우 지난해 1만8849명에서 올해 1만9079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몇 해 동안 지속된 원화강세로 성업을 이루었던 국외 상품 구매대행 사이트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사이트들은 결제 때 실시간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환율 변화는 바로 가격변화로 나타난다. 일본 전문 구매대행 사이트인 재팬엔조이 관계자는 “올해 들어 매출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3월 들어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손님들이 환율에 따른 가격상승에 저항감이 크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환율에 적응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년 20% 이상씩 성장했던 수입식품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식품 수입업체인 매크로통상 관계자는 “환율이 이 수준으로 계속 가면 원가가 10% 정도 오르는 셈인데, 마진을 줄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결국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올해 10% 성장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 5~6% 성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거나 한국제품을 수출하는 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1~3월 외국인 매출액이 15% 감소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2.2%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의류를 일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구매대행 사이트 코리아엔조이를 오픈한 모즈인터내셔날의 서현우 과장은 “때마침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매출이 순조롭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윤영미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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