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기름값 인하 대책 현실성 떨어져 전전긍긍
정부가 주유소·정유사 사이 경쟁 기반을 구축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적절한 정책수단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석유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유통경로를 개선해 기름값을 내려보겠다며 대형마트·프랜차이즈 주유소 설립 촉진, 복수 상표제 활성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들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검토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대형주유소는 “이미 실패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런 취지로 지난 2001년 경기도 등 몇몇 지역 주유소들이 ‘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을 결성했지만, 정유사의 일사불란한 대응에 힘에 부쳐 유명무실화 됐다. 대형마트 주유소는 주유소를 설치한 여유 땅도 없을 뿐더러, 입지상 비싼 땅값으로 비용 부담이 크고 저유소 설치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의 마진율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유업계 쪽은 지난해 전체 정유제품의 영업이익률은 3%로 석유제품 1리터에 채 20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마진율이 낮아 어떤 형태의 주유소가 들어서더라도 추가로 할인해 줄 여력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가능한 복수 상표제는 정유사들이 이를 채택한 주유소에 카드 사용 때 할인 혜택 중지 등의 압력을 넣을 수 있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들도 답답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30일 “원론적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갑갑하다”고 털어놨다. 임채민 지경부 제1차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부 방안에 대해 “시장의 분위기를 조기에 잡으려는 선언 효과”라고 말해,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음을 시인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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