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과 유동외채비율 추이
‘불안한 경제’에 IMF 악몽 슬며시…
‘10년새 13배’ 충분하지만
유동외채 비율 늘어 불안
글로벌 악재로 안심 일러 최근의 환율 폭등 사태는 위기의 강도는 다르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국가부도 위험까지 내몰렸던 우리로서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달러 유동성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과연 충분한 규모인지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 단기외채 급증=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623억달러다. 이중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 비율이 86.5%, 예치금이 13.3%, 금 등 기타자산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이런 외환보유액 규모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96년 말 외환보유액은 332억, 1997년 말은 204억달러에 불과했다. 올 1월 말 외환보유액은 2618억달러로 1월 한달 수입액 356억달러의 8배 수준이다. 한달 수입액의 최소 3배는 돼야 한다는 통념에 비추어봐도 넉넉한 규모다. 대외 순채무국이었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순채권국이기도 하다. 외환보유액에다 민간의 대외 부채성 자산까지 합한 우리나라의 대외채권은 지난해 말 현재 4155억달러로 대외채무(3807억달러)보다 348억달러 많다. 하지만 불안한 징조가 없지 않다. 유동외채 비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와 장기외채 중 1년 이내 만기도래분을 합친 것으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이 올라가면 일단 적신호로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단기외채가 1996년 말 758억달러, 1997년 말 637억달러로 외환보유액의 2~3배에 이르면서 결국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유동외채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04년 38.6%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41.1%, 55%, 74%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2007년에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도 2005년 말 1207억달러에서 2007년 말 348억달러로 줄었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르면서 외환보유액의 실질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 방심은 금물=한은 국제국 관계자는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기업이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크게 증가했다”며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외환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상품이 발달돼 있어 시장의 힘으로 충격흡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산업구조라는 점, 금융시장 완전개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여과없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 유동성 위기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오석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혼란은 비상사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며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방심하거나, 수익률 운운하며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유동외채 비율 늘어 불안
글로벌 악재로 안심 일러 최근의 환율 폭등 사태는 위기의 강도는 다르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국가부도 위험까지 내몰렸던 우리로서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달러 유동성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과연 충분한 규모인지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 단기외채 급증=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623억달러다. 이중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 비율이 86.5%, 예치금이 13.3%, 금 등 기타자산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이런 외환보유액 규모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96년 말 외환보유액은 332억, 1997년 말은 204억달러에 불과했다. 올 1월 말 외환보유액은 2618억달러로 1월 한달 수입액 356억달러의 8배 수준이다. 한달 수입액의 최소 3배는 돼야 한다는 통념에 비추어봐도 넉넉한 규모다. 대외 순채무국이었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순채권국이기도 하다. 외환보유액에다 민간의 대외 부채성 자산까지 합한 우리나라의 대외채권은 지난해 말 현재 4155억달러로 대외채무(3807억달러)보다 348억달러 많다. 하지만 불안한 징조가 없지 않다. 유동외채 비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와 장기외채 중 1년 이내 만기도래분을 합친 것으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이 올라가면 일단 적신호로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단기외채가 1996년 말 758억달러, 1997년 말 637억달러로 외환보유액의 2~3배에 이르면서 결국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유동외채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04년 38.6%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41.1%, 55%, 74%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2007년에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도 2005년 말 1207억달러에서 2007년 말 348억달러로 줄었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르면서 외환보유액의 실질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 방심은 금물=한은 국제국 관계자는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기업이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크게 증가했다”며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외환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상품이 발달돼 있어 시장의 힘으로 충격흡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산업구조라는 점, 금융시장 완전개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여과없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 유동성 위기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오석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혼란은 비상사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며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방심하거나, 수익률 운운하며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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