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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하루에 32원 폭등…환율 IMF뒤 최대폭 급등

등록 2008-03-17 21:53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32원을 기록하며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17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외환거래를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32원을 기록하며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17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외환거래를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국발 불확실성 공포 휩싸인 금융시장, "예측이 안된다"
증시 곤두박질 1574, 외국인 주식 팔고 나가고 투신권 매수에 달러 품귀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채권을 무더기로 팔고 나가면서 달러화를 흡수하는 바람에 국내 금융시장에선 달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원화 가치는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달러값이 오르자 손실을 본 국내 금융회사들이 다시 달러 매수에 나서는 악순환이 벌어지며 국내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1.90원 폭등한 1029.2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2005년 12월13일 이후 2년3개월 만에 1020원대로 뛰어올랐다. 하루 거래에 30원 넘게 폭등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6일(67원) 이후 처음이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66.30원 오른 1061.60원으로 장을 마쳐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파산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는 소식에 외국인, 국내 금융회사 할 것 없이 ‘달러 사자’에 나서면서 달러값이 치솟았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달러 매집세였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국외펀드 열풍 당시 환 헤지를 위해 달러선물을 대량 매도해 놓은 상태였다. 최근 달러값이 오르면서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당장 현금이 없는 자산운용사들은 달러선물을 매수해 달러선물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늘 하루에만 27억달러에 가까운 달러선물을 매수했다. 문영선 외환은행 차장은 “시장이 손절이 손절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환율 전망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외화자금 시장에서도 달러를 내놓은 세력이 사라지면서 1년물 스와프베이시스(통화스와프금리-이자율스와프금리)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이 수치가 벌어지면 달러값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낮아졌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638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를 1537.53까지 끌어내렸다가, 막판 저가 매수세가 붙어 1574.44에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국채선물을 6952계약이나 순매도하는 등 ‘팔자’세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8%포인트 오른(채권값 하락) 연 5.36%로, 3년 만기 국고채는 0.08%포인트 오른 연 5.33%로 장을 마쳤다.

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6일(현지시각) 투자은행 지원을 위해 ‘프라이머리딜러 신용창구’(PDCF)라는 새로운 긴급대출 창구를 개설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는 제이피모건에 주당 약 2달러, 총 2억7천만달러에 인수됐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금 금융 상황은 단순히 물가만 걱정할 단계를 넘어섰다”며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미국은 금융회사들이 연쇄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사실상 지난 외환위기 당시의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달러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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