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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1000 시대 업종별 명암

등록 2008-03-17 19:31수정 2008-03-18 00:24

원화 환율 상승의 산업별 영향
원화 환율 상승의 산업별 영향
항공·철강·식품 ‘곡소리’
자동차·전자는 ‘콧노래’
원-달러 환율이 17일 1000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산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큰 항공·정유·철강업종과 식음료, 일반기계 부문은 상당한 규모의 환차손을 입거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 태세에 들어갔다. 원자재나 부품 수입을 급격히 줄일 수도 없는데다 환율 급등세가 언제쯤 진정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전자·정보통신기기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외국산 제품의 국내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고환율-고유가’라는 이중악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당 수천억원대의 항공기 값 할부 결제와 유류 구입 비용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생긴다. 올해 경영계획에서 환율을 920원으로 잡았으므로, 환율이 1000원으로 상승할 경우 환차손 부분에서만 17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출 증대-비용 절감’ 방식의 비상경영을 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기본적으로 내수산업 성격이 강해 환율 상승에 취약하다. 업계는 원자재 수입 부담을 얼마 만큼 수출로 상쇄하느냐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최근 일관제철 가동에 앞서 슬래브로 핫코일을 만드는 하공정을 강화하면서 슬래브 수입량이 다소 늘어 수익성 부담이 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선물 거래, 결제기간 단축, 지속적인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원화 평가절하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그때 그때 수입물량 결제에 쓰는 ‘내츄럴 헤지’ 방식으로 위험 관리를 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특별한 손해도 이익도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식품 원자재 가격 급등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올해 기준환율을 935원으로 잡았는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곡물 수입비용 부담이 연간 30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1~2개월에 한번씩 들여오는 원자재의 대금 결제 기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으로 환율 손실을 줄이고 있다.

반면 수출 주력 업종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수출 비중이 60~70%나 돼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한화증권 이영곤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원화가 1% 절하되면 영업이익이 3.4%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경영계획에서 애초 원-달러 환율을 900원으로 잡았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매출액이 2천억원 늘어나는 구조로 돼 있어 환율급등만으로 매출을 2조원이나 늘리는 효과를 누린다.

전자업계도 환율상승 효과를 즐기고 있다. 연초 경영계획 수립 때 삼성전자는 925원, 엘지전자는 885원으로 환율을 설정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매출 신장 없이도 1분기 영업이익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는 3천억원, 엘지전자는 700억원 각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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