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대로 향하는 원-달러 환율
환율 10일 연속 고공행진에 원자재값 폭등 가세
지난해까진 정반대 상황
추세적 상승 전망 힘실려 원-달러 환율이 10일 연속 오르며 ‘1달러당 1000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신용경색과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값 폭등세가 지속된다면 ‘환율 1000원 시대’가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960원대까지 폭등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외환당국이 2003~2004년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보유 중인 달러를 퍼부어 간신히 1200원대를 유지했지만 2004년 하반기 결국 방어선이 뚫리고 말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말 900.7원까지 내려가면서 ‘800원 시대’ 전망까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상황은 급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달러가 필요해진 외국인들이 ‘맷집 좋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줄기차게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 주원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6월 이후 무려 40조원어치가 넘는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최근 환율 급등세는 무엇보다 역외 세력이 엄청난 달러 ‘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이 원화로 표시된 자산을 모두 팔고 달러로 바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그동안 주식 판 돈 중 송금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현금까지 다 내다팔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다. 거의 모든 원자재를 고스란히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지급해야 할 달러가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자원이 없다는 것 자체가 그 나라 통화의 약세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환율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외환시장에서 급속히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를 사야 하는 수입업체들은 ‘달러값이 더 떨어지면 사자’는 생각에 느긋했고, 달러를 팔아야 하는 수출업체들은 다급한 처지였다. 조선업체들은 달러값이 더 떨어질까봐 수출계약을 하는 족족 선물환을 매도해 놓기까지 했다. 이제 모든 게 반대가 됐다. 수출업체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팔지 않고 있고, 수입업체들은 한푼이라도 달러를 더 사놓으려고 발을 구르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선물환 매수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바닥을 치고 대세 상승 시기로 접어든 것일까? 문영선 국민은행 외환딜러는 “일단 980원대를 뚫은 만큼 10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1000원대에 안착할지는 결국 글로벌 신용경색이 언제까지 갈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값의 움직임과 이에 따른 국내 경상수지 적자 추이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함께 원-엔 환율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달러는 다시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는 엔화에 대해 초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달러당 100엔이 깨지는 등 ‘엔 강세’ 현상이 지속됐다. 13일 원-엔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100엔당 37.20원 폭등한 980.4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2월7일 983.40원 이후 처음으로 980원대로 상승한 것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1달러=100엔=1000원 시대’가 열리게 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추세적 상승 전망 힘실려 원-달러 환율이 10일 연속 오르며 ‘1달러당 1000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신용경색과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값 폭등세가 지속된다면 ‘환율 1000원 시대’가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960원대까지 폭등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외환당국이 2003~2004년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보유 중인 달러를 퍼부어 간신히 1200원대를 유지했지만 2004년 하반기 결국 방어선이 뚫리고 말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말 900.7원까지 내려가면서 ‘800원 시대’ 전망까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상황은 급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달러가 필요해진 외국인들이 ‘맷집 좋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줄기차게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 주원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6월 이후 무려 40조원어치가 넘는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최근 환율 급등세는 무엇보다 역외 세력이 엄청난 달러 ‘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이 원화로 표시된 자산을 모두 팔고 달러로 바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그동안 주식 판 돈 중 송금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현금까지 다 내다팔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다. 거의 모든 원자재를 고스란히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지급해야 할 달러가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자원이 없다는 것 자체가 그 나라 통화의 약세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환율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외환시장에서 급속히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를 사야 하는 수입업체들은 ‘달러값이 더 떨어지면 사자’는 생각에 느긋했고, 달러를 팔아야 하는 수출업체들은 다급한 처지였다. 조선업체들은 달러값이 더 떨어질까봐 수출계약을 하는 족족 선물환을 매도해 놓기까지 했다. 이제 모든 게 반대가 됐다. 수출업체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팔지 않고 있고, 수입업체들은 한푼이라도 달러를 더 사놓으려고 발을 구르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선물환 매수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바닥을 치고 대세 상승 시기로 접어든 것일까? 문영선 국민은행 외환딜러는 “일단 980원대를 뚫은 만큼 10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1000원대에 안착할지는 결국 글로벌 신용경색이 언제까지 갈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값의 움직임과 이에 따른 국내 경상수지 적자 추이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함께 원-엔 환율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달러는 다시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는 엔화에 대해 초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달러당 100엔이 깨지는 등 ‘엔 강세’ 현상이 지속됐다. 13일 원-엔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100엔당 37.20원 폭등한 980.4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2월7일 983.40원 이후 처음으로 980원대로 상승한 것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1달러=100엔=1000원 시대’가 열리게 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