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자들이 부를 쌓는 방법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인식조사 결과 재산축적과정 불신 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과거 부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부자학연구학회 회장)가 최근 전국의 성인남녀 201명을 대상으로 부자에 대한 인식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과거의 부자들이 ‘완전히’(0.9%) 또는 ‘상당히’(49.6%)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됐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됐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현재의 부자들이 부를 쌓고 있는 방법’에 대한 시각도 비슷했다. ‘완전히’(0.9%) 또는 ‘상당히 부정한 방법’(41.6%)이라는 응답이 ‘정당한 방법’이라는 응답(11.5%)의 4배 가까이 됐다. 미래의 부자는 ‘정당한 방법으로 될 것’이란 응답이 34.5%로 크게 늘었으나 ‘부정한 방법으로 될 것’이란 의견도 31.8%로 팽팽히 맞서,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부자의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도 확인된다. ‘부자들은 세상을 편히 살았으니 눈감을 때 편안할 것 같다’(28.3%)는 응답보다 ‘자신이 세상을 뜬 이후의 일 때문에 눈을 편히 못감을 것 같다’(63.7%)는 응답이 2배를 훨씬 웃돌았다. 또 10명중 3명은 이 땅에서 부자가 ‘상당히’(8.0%) 또는 ‘약간’(22.1%)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의 극단적 단면을 드러냈다.
‘부자의 국가 발전 공헌도’와 관련해,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대부분(92%) 인정했으나 ‘문화적 발전’(63.8%)과 ‘교육적 발전’(44.3%)에 대한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부의 사회 기부’ 규모에 대해서는, ‘재산의 20% 미만’이란 응답이 25.7%, ‘21~40%’가 35.4%였으며, ‘41~60%’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24.8%나 됐다.
한 교수는 이번 설문의 ‘부자’의 기준을 미국 증권사 매릴린치의 기준인 ‘금융자산 100만 달러를 포함한 재산총액 500만 달러 이상’ 보유자로 삼았다고 밝혔다. 설문 응답자의 보유재산은 5억원 미만이 49.6%, 5억~25억원 33.6%, 25억원 이상 6.2%였다.
한 교수는 “사회발전의 전제조건은 사회적 리더쉽”이라며 “종합부동산세·부유세·상속세 등을 중과세하는 등 부의 사회적 환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자들은 사회봉사 등 지위에 맞는 덕목을 갖춰야 하며, 일반인들도 막연히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부자의 노력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지난해 9월 창립된 부자학연구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번 설문을, 현재 진행중인 ‘존경받는 부자’에 대한 설문 결과와 함께 오는 5~6월께 발간 예정인 <좋은 부자, 나쁜 부자> 등 3권의 단행본에 실을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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