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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 “고유가시대 길어질 가능성”

등록 2008-02-25 19:33

“수요증가·투기거래 해소 힘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져”
국제 유가가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에다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장기간 배럴당 90달러 이상에서 고공행진할 것이며, 이 때문에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고유가시대 장기화:가능성과 영향’ 보고서에서, 지난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와 최근의 유가상승은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중동전쟁, 이란혁명 등으로 중동 국가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고 원유수출을 금지하는 등 인위적인 공급감축을 단행함에 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유가상승은 중국 등 신흥시장과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투기성 원유거래도 새로 생겨난 현상이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원자재 파생상품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실수요가 아닌 헤지펀드나 연기금 등의 투기성 거래가 급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요인들이 해소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고, 국제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도 원자재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게 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세계 경제는 더이상 고유가를 흡수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배럴당 90달러가 넘는 유가는 이미 지난 2차 석유위기 때의 최고수준(실질유가로 환산하면 연평균 95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의 유가 충격이 세계경기의 침체를 동반했던 1, 2차 오일쇼크나 걸프전 때의 강도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유가강세가 이어지고 주요국 통화당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경제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유가상승만으로는 70년대와 같은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완만한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고유가가 소비위축 및 일반물가 불안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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