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지수 추이
‘원유 70%·밀 140%’ 원자재값 폭등 탓
원유, 밀, 옥수수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키워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1월 수입물가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21.2% 상승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물가가 급등했던 지난 1998년 10월(25.6%)이후 9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로도 3%나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7.5%에서 11월 13.7%로 뛰어오른 뒤 12월 15.6%, 1월 21.2%로 석 달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주범이었던 지난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이번 수입물가 상승은 원유, 곡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다. 원자재 수입물가지수만 보면 전년동월 대비 무려 48.7%가 뛰어올랐다. 지난해 1월보다 원유는 70.3%, 밀은 140.3%, 대두는 85.9%가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국 통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지난해 1월보다 상당 폭 올라 수입가격을 밀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대비 0.6%, 원-엔 환율은 12.2%, 원-유로 환율은 13.9%가 올랐다. 환율변동 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18.7% 상승했다. 2.5%포인트는 환율 변동 때문에 오른 셈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바로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연초에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도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세를 증폭시켰을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이 결국 제품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어떤 추세를 보일지, 기업들이 아직 반영 못한 부분을 언제 전가시킬지 등이 향후 수입물가 상승의 변수”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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