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아닌 ‘반비리 정서’라 부르라
국민들이 싫어하는 건 ‘부패한 재벌’일뿐…
대한상의 ‘기업호감지수’ 조사
작년 46.6점…1년 연속 하락
국제경쟁력·생산성 높은 평가
사회공헌·윤리경영 ‘밑바닥’
분식회계·족벌경영 ‘비호감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독소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창의적인 인재의 경영 참여를 봉쇄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고위 간부가 한 발언이다. 그동안 재계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반기업 정서’를 ‘과도한 규제’와 더불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소로 지적해왔다. 그러나 재계가 말하는 ‘반기업 정서’가 사실은 재벌 또는 재벌총수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와 불법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호감지수’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46.6점으로 2반기 연속 떨어졌다고 18일 밝혔다. ‘기업 호감도’는 대한상의와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국제경쟁력·생산성향상·국가경제기여도·사회공헌·윤리경영 등 5대 요소를 ‘긍정적’(100점), ‘반반’(50점), ‘부정적’(0점)으로 평가한 뒤 ‘전반적 호감도’를 반영해 산출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제경쟁력’이 66.6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생산성’(58.5)과 ‘국가경제 기여’(46.0)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은 35.3점에 그쳤고 ‘윤리경영’(17.6점) 항목은 밑바닥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이 기업 본연의 활동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에 대해선 지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국민들은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 △분식회계 등 비윤리경영(37.3%) △경영권 세습 등 족벌경영(20.9%) △근로자 희생 강요(13.7%) 등을 꼽았다. 또 ‘부자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68.3%)이란 의견이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했을 것’(31.7%)이란 의견의 갑절을 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해 설문조사 보고서(-5점~5점 척도)에서도 응답자들은 기업 일반에는 중립적 시각(0.24)을, 중소기업(2.36)과 중소기업인(1.89)에 대해서는 호감을 보였지만, 재벌(-1.01)과 재벌 총수(-1.02)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반기업 정서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기원 한국방송대 교수는 “이른바 ‘반기업 정서’는 재계가 지어낸 말일 뿐, 우리 사회에서 반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와 일부 기업들이 일반 기업과 비리 재벌 총수를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리면서 족벌경영체제의 폐단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기업 정서로 ‘바꿔치기’한 것이므로 논거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반기업 정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찬회에서 “최근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을 못하겠다는데, 반기업 정서가 왜 생겼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업이 정직하고 투명경영을 해야 진정한 혁신도 가능하고 반기업 정서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국제경쟁력·생산성 높은 평가
사회공헌·윤리경영 ‘밑바닥’
분식회계·족벌경영 ‘비호감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독소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창의적인 인재의 경영 참여를 봉쇄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고위 간부가 한 발언이다. 그동안 재계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반기업 정서’를 ‘과도한 규제’와 더불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소로 지적해왔다. 그러나 재계가 말하는 ‘반기업 정서’가 사실은 재벌 또는 재벌총수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와 불법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호감지수’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46.6점으로 2반기 연속 떨어졌다고 18일 밝혔다. ‘기업 호감도’는 대한상의와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국제경쟁력·생산성향상·국가경제기여도·사회공헌·윤리경영 등 5대 요소를 ‘긍정적’(100점), ‘반반’(50점), ‘부정적’(0점)으로 평가한 뒤 ‘전반적 호감도’를 반영해 산출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제경쟁력’이 66.6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생산성’(58.5)과 ‘국가경제 기여’(46.0)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은 35.3점에 그쳤고 ‘윤리경영’(17.6점) 항목은 밑바닥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이 기업 본연의 활동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에 대해선 지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국민들은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 △분식회계 등 비윤리경영(37.3%) △경영권 세습 등 족벌경영(20.9%) △근로자 희생 강요(13.7%) 등을 꼽았다. 또 ‘부자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68.3%)이란 의견이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했을 것’(31.7%)이란 의견의 갑절을 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해 설문조사 보고서(-5점~5점 척도)에서도 응답자들은 기업 일반에는 중립적 시각(0.24)을, 중소기업(2.36)과 중소기업인(1.89)에 대해서는 호감을 보였지만, 재벌(-1.01)과 재벌 총수(-1.02)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반기업 정서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기원 한국방송대 교수는 “이른바 ‘반기업 정서’는 재계가 지어낸 말일 뿐, 우리 사회에서 반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와 일부 기업들이 일반 기업과 비리 재벌 총수를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리면서 족벌경영체제의 폐단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기업 정서로 ‘바꿔치기’한 것이므로 논거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반기업 정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찬회에서 “최근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을 못하겠다는데, 반기업 정서가 왜 생겼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업이 정직하고 투명경영을 해야 진정한 혁신도 가능하고 반기업 정서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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