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김상조(가운데) 소장이 12일 오전 서울 운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삼성 계열사 주총 등에서 펼칠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계열사 주총 3월 말 몰려…임원인사 ‘최소화’
경제개혁연대 ‘주주대표소송’ 등 추궁 별러
경제개혁연대 ‘주주대표소송’ 등 추궁 별러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를 다음달 말로 연기했다. 연초 ‘삼성 특검’이 시작된 뒤, 정기 인사와 투자 계획 등 그룹 차원의 주요 경영 일정을 줄줄이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특검의 1차 수사 시한인 다음달 중순이 지나서야 이런 ‘경영 파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제일모직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다음달 28일 소집한다고 설 연휴 직전에 공시했다. 삼성전자 등 나머지 주력 계열사들은 아직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전례에 비춰 보면 비슷한 시기에 주총을 열 가능성이 높다. 12월 결산하는 삼성 계열사들은 일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2월27~28일쯤 함께 주총을 열어왔다. 정기 주총은 결산일로부터 90일 안에 열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3월을 넘길 수 없다.
삼성그룹은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인 이달 말께 시행하기로 했다. 신규 상무보 승진 인사도 직원 인사와 묶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사 지연에 따른 직원들의 내부 동요를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연초부터 가장 중요한 인사 일정이 헝클어지는 바람에 문제가 많다. 하지만 일선 직원들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핵심 고위 임원들과 임기가 끝나는 등기이사들의 거취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주요 인사들은 삼성전자 등기이사인 김인주 사장(그룹 전략기획실 차장)을 비롯해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박양규 삼성네트웍스 사장,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 등이다. 새로 또는 다시 선임될 임원들은 주총 2주 전까지 주주들한테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달 중순께는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사장급과 임원들의 인사 폭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전자계열사 임원은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며 “애초 짐을 쌌던 임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짐을 다시 풀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난 5~6월께 공식적인 2차 인사를 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비자금 의혹에 연루된 계열사들은 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호된 질책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2일 우리금융지주·삼성증권·삼성화재해상보험 등 3사의 주총에 참석해 ‘주총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비자금 관련 우리은행의 금융실명법 위반 여부,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개설·관리 및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 삼성화재의 보험금 비자금 유용 혐의 등을 주총에서 직접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서해안 원유유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함께 ㈜신세계, 현대자동차, ㈜한화, 삼성카드 등이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과 계열사 부당 지원에 나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관련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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