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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콜금리의 ‘딜레마’

등록 2008-01-28 18:55수정 2008-01-28 19:29

국고채 수익률(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국고채 수익률(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내리자니… 인플레이션 부추기고 자산거품 키울라 우려
놔두자니… 실물경기 둔화 우려에 국내외 금리차 확대 부담
주가가 급락을 거듭하고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경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콜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1월 물가 상승률이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상황에서 콜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거품)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 금리인하론의 논거=삼성경제연구소는 28일 발표한 ‘서브프라임 파장과 세계 경제 불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둔화가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연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 실물경기 지표의 상시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에는 선제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시행해 국내 실물경기 둔화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한은은 실물경기 지표가 악화될 조짐이 보일 때는 콜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7일 무역협회는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쪽에 콜금리 인하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도 콜금리 인하론의 주요 논거다. 금리 차이가 커지면 국내의 상대적 고금리를 노리고 외국 자본이 유입돼 국내 채권을 사들이면서 외채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지난주 초 주가 폭락 뒤 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채권 금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8일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5.06%)가 목표 콜금리 5%에 바짝 다가가면서 콜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 금리인하의 부작용=금리인하는 이미 위험수위인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지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이미 한은의 중기 물가목표(3.5±0.5%)의 상단을 뚫었다. 1월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아져 최소 3.7%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기 둔화는 ‘가능성’이지만 물가 상승은 ‘현실’인 것이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상반기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3.5%를 넘나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의 재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은 “최근 새 정부 정책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기대심리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하하면 부동산 투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와 집값 상승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고소득층에게는 기회”라며 “금리인하는 10%밖에 안되는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까지 시중 유동성 지표는 여전히 10%대 초반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인하 수혜자인 증권사 관계자조차도 ‘자산 버블’을 우려했다. 증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펀더멘털에 비해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괴리를 좁혀야 하는 시점”이라며 “지금 좀 힘들더라도 버티고 가야 하는데 유혹을 못견디고 금리를 인하하면, 주가가 잠깐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거품을 키워 1~2년 사이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은 “지켜보자”=한은의 공식적인 입장은 다음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와 총재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될 것이다. 김재천 국장은 “국내 경기 둔화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물 지표로 나타난 것은 아직 없다”며 “콜금리를 인하하려면 적어도 ‘미국 경기후퇴가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판단하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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