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 추진과제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간 협력’ 현주소
“세계 1위 고수” 명목 산자부 주도 상생 프로젝트
기술차이 크고 ‘수직 계열화’ 탓에 실효 미지수 #장면1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지난해 말 8세대 엘시디(LCD)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각각 2조~3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다. 이 때 두 회사가 기판 크기를 통일하면서 주요 장비·부품업체들은 ‘교차 구매’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회사가 경쟁사의 협력업체에 주요 장비를 발주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장면2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지난해 5월 엘시디 패널 ‘상호 구매’ 원칙에 합의했다. 물류·품질상 이점이 큰 국내 업체끼리 거래를 터 공급부족 등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두 회사는 기술적 차이 등을 이유로 지금껏 상대 패널을 쓰지 않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엘시디 텔레비전 둘 중 한대, 엘지전자 텔레비전 석대 중 한대는 대만산 패널을 쓴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추진 중인 ‘상생협력’ 방안이 겉돌고 있다. 대기업간, 또는 대-중소기업간 다양한 협력사업이 거론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에 들어가는 원천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맺었다. 또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엘시디 핵심 장비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와 업계가 첨단산업의 경쟁력 우위를 지키자는 취지로 지난해 5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상생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차동형 산업자원부 반도체디스플레이팀장은 “원천기술이 앞서는 일본과 생산·제조기술이 뛰어난 대만의 추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관·학계의 상호협력이 절실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협력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승적 차원의 상호 협력이 절실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경쟁 심리와 수직 계열화 된 생산 시스템이 곳곳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엘시디 패널 제조 대기업들이 약속한 ‘장비·부품 교차구매’는 공염불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양산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신규투자에 따른 리스크와 비용상 문제”를 이유로 각각 기존 공급선에 발주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삼성·엘지 두 곳에 공급 기회가 생겨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이란 장비업체들의 기대가 물건너 간 것이다. 한 장비업체 사장은 “일정과 비용을 우선하는 수요 대기업들 처지에선 기존 공급선을 바꾸는 게 실익은 별로 없고 번거롭기만 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대기업들이 ‘억지춘향’식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대기업 위주 구조를 바꾸는 것에 적극 나설리가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주요 협력업체를 독점하는 수직 계열화가 오랜 기간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내실이 뒤따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기업간 협력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패널 상호구매를 둘러싸고 핑퐁 게임을 벌여 왔다. 그러나 둘 다 “상호 기술적 차이가 크고 비용 효과도 의문”이라며 사실상 상호구매 의사를 접은 상태다. 장비·패널 구매는 정부와 업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행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협력사업이다. 차동형 팀장은 “사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인데 비즈니스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적극 촉구하고 권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기술차이 크고 ‘수직 계열화’ 탓에 실효 미지수 #장면1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지난해 말 8세대 엘시디(LCD)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각각 2조~3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다. 이 때 두 회사가 기판 크기를 통일하면서 주요 장비·부품업체들은 ‘교차 구매’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회사가 경쟁사의 협력업체에 주요 장비를 발주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장면2
엘시디 산업 경쟁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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