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민간경제연구소장, 대학 교수, 경제단체 임원 등을 초청해 경제동향간담회를 열던 도중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 미국과 1.5%P 차이 ‘경기침체’ 우려
5% 유지하자니 외국 투기자본 유입 걱정
5% 유지하자니 외국 투기자본 유입 걱정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미 정책금리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단행할지가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은 콜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 23일 급락세를 보였다.
한은은 지난 8월 마지막으로 콜금리를 인상한 뒤 지난 1월까지 5개월째 콜금리를 연 5%로 묶어놓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본격화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잇달아 내릴 때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 쪽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에서는 상반기 안 금리인하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미국발 한파가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근본적 배경이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미국의 파격적 금리인하였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0.75%포인트나 인하해 버린 것이다. 오는 30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로 0.25%~0.50%포인트를 인하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까지 금리인하에 동참할 경우 한은이 홀로 버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경기둔화도 문제지만 한국이 상대적 ‘고금리’ 국가에 속하게 되면서 금리 차이를 노린 투기성 자금 유입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도 이르면 2분기부터 글로벌 금리인하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하폭은 두차례에 걸쳐 총 0.5%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금융시장 안정대책 브리핑에서 “한국은행도 보수적이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2월 인하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채권금리는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국고채 3년물이 0.26%포인트 급락한 5.06%를 기록해 콜금리 5%에 바짝 다가섰다. 양도성예금증서(시디) 금리도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5.82%를 기록했다. 시장은 오는 2월13일(금융통화위원회 회의날) 이성태 한은 총재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콜금리와 FRB 정책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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