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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투자공사, 메릴린치에 20억달러 투자

등록 2008-01-16 18:56수정 2008-01-16 19:27

“글로벌 투자은행 싸게 살 기회”
“외환보유액 이런데 써도 되나”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지분을 사들이면서 아시아·중동 국부펀드들의 ‘월가 쇼핑’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지분을 싼 값에 사들여 수익률도 올리고 글로벌 금융의 주류에도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시각들이 많다. 하지만 한편에선 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메릴린치의 손실이 얼마나 커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으로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리스크가 큰 투자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투자공사는 15일 메릴린치의 의무전환우선주를 20억달러어치(약 1조8700억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년 9개월 동안은 9% 배당을 받을 수 있고 그 뒤에는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1년 동안은 매각할 수 없다. 보통주 전환가격은 지난 9~11일 평균주가(52.4달러)에 17% 프리미엄을 붙인 61.3달러다. 2년 9개월 동안은 최소 9%의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 뒤에는 주가 추이에 따라 시장에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투자공사 쪽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 주가가 계속 하락해 전환가격보다 낮아진다면 투자손실이 날 수도 있다.

우선주가 전환되면 투자공사는 메릴린치 지분을 3% 이상(현재 기준) 보유하게 돼 메릴린치의 5대 주주가 된다. 투자공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히 주가차익을 노렸다기보다는 전략적 투자 측면도 있기 때문에 주가가 조금 올랐다고 금방 팔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 대해 금융권 주변에서는 대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자존심을 굽히고 아시아·중동 쪽 국부펀드와 금융기관에 손을 벌렸고, 중국투자공사(CIC) 등은 이들의 지분을 싼값에 속속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공사는 선진국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뿐 이런 전략적 투자에는 나서지 않아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은행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수익률 외에도 메릴린치의 주요 주주가 됨으로써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에도 도움이 되고, 인력과 정보의 교류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이 투자가 성공했는지는 결국 3년 뒤 주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메릴린치 주가가 1년사이 반토막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비싸게 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에 들어간 돈은 결국 우리 정부의 ‘빚’, 다시 말해 국민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공사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170억달러, 재정경제부의 외환국평형기금에서 30억달러를 위탁받아 운용 중이다. 재경부가 지난해 말 100억달러를 추가 위탁하기로 결정했고 이번 투자액 20억달러도 여기에서 나올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평기금도 결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로 조성한 돈이고 급할 때 써야 할 돈”이라며 “리스크가 다소 크다고 할 수 있는 이런 투자에 써도 되는 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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