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적응하라”→“금리하락 압력 있을수도”
새 정부의 ‘한국은행 흔들기’를 두고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성태 한은 총재가 ‘한은 독립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금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난달까지도 강경했던 ‘긴축적 태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인 5.00%로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은의 독립은 지금까지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본다. (통화정책의) 최종적 의사 결정은 금통위원 일곱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목적과 실행 절차는 다 정해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만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의 ‘한은도 넓은 의미에서 정부’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나는 한은도 ‘국가 기관’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은도 대한민국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고, 이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단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건지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그 의사결정을 위해 제도나 장치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인수위의 ‘한은 흔들기’ 발언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만수 간사는 지난 9일 한은의 업무보고를 받고 난 뒤 “한은도 전체적으로는 정부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1월10일치 2면) 또 10일 오후에는 인수위가 금통위를 한은에서 떼어내 독립시키고 한은은 단순 정책 집행기관으로 ‘전락’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한은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정책에 대한 이 총재의 견해는 한결 누그러졌다. 이 총재는 최근 금리 상승 요인으로 △정책금리 상승 △은행 자금 부족 △물가 상승 등을 꼽은 뒤 “정책금리 반영은 추가로 될 것은 없을 것이고, 물가도 하반기 들어가면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금리 하락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매파’라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긴축이 필요할 때는 긴축하는 자세를, 완화가 필요할 때는 완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며 “유연하고 신축적이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이런 태도는 한 달 전인 지난 12월 금통위 때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당시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갈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 주체들이 ‘고금리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의 오늘 발언에서는 12월의 ‘매파적’(긴축적) 입장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런 변화가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중에, 적어도 상반기에는 콜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퍼지면서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5년물 모두 0.12%포인트 하락했고, 회사채 3년물도 0.08%포인트 내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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