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상생 경영은 뒷전 밀려 ‘친기업 정부’ 출범 화답 일색
재벌 총수들이 신년사에서 ‘성장동력 발굴’ ‘미래를 위한 변화’ ‘글로벌 경영 강화’ 등 다양한 경영 화두를 내놨다. 환율·유가 등 불리한 대외 여건을 ‘공격 경영’으로 돌파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명박 당선인의 ‘친기업 정부’ 약속에 화답인 듯 적극적인 투자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대기업 총수들이 신년사에서 주요 경영 화두로 강조한 ‘윤리경영’ ‘상생경영’ 등은 올해는 대부분 후순위로 밀리거나 아예 빠졌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환경은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객 최우선 경영과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은 “지금 우리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하기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 ‘1등 엘지’를 위해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핵심가치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자”며 ‘고객가치 경영’을 3년째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에스케이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변화’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새해에는 어떻게 변하고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전혀 달라질 것”이라며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부족한 힘은 하나로 같이 모으고 부족한 시간은 더 빨리 변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과 투자 확대 등 ‘공격 경영’ 메시지도 잇따랐다. 새해부터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첫 일성으로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신년 하례식에서 “그룹의 모든 신사업과 국외사업은 미래 성장성과 투자가치를 고려해 ‘최소한의 리스크는 감내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의 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에 발맞춰 올해 투자액을 2배 이상 늘려 약 2조원을 투자하고 채용 인원도 30% 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도 “변화의 추세를 적기에 포착해 미리 준비해야 하며, 필요한 투자를 두려워하거나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과감한 신성장 사업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신규사업, 신시장 개척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적극적인 사업기반 확대”를 각각 강조했다. 이밖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내수시장의 경험을 살린 글로벌 경영 강화”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업계 최고의 기업가치 창출”을 임직원들한테 당부했다. 한편 삼성은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생략하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열었고, 이건희 회장의 신년사도 발표하지 않았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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