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시중은행 저원가성 예금 추이
증시로 자금이동 못막아 석달간 2880억 증가 그쳐
은행들이 증시로 빠져나가는 예금을 붙잡기 위해 잇달아 월급통장의 금리를 올리고,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았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무브’(예금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의 큰 흐름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27일 은행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21일 현재 97조7557억원으로 지난 9월 말에 비해 288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원가성 예금은 만기가 없는 요구불예금과 일부 저축성예금으로, 수시 입출금할 수 있는 대신 금리가 낮다. 은행 입장에서는 싼 이자를 주고 돈을 모을 수 있어 수익성에 가장 도움이 되는 핵심 예금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지난해 말 104조5970억원에서 3월말 98조7650억원, 6월말 98조2570억원, 9월말 97조4677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다. 4분기에는 일단 소폭 상승해 감소세는 주춤해진 셈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은행들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항해 4~5% 금리를 주는 월급통장을 출시하면서 통장예금의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만족스런 성적표는 아니다.
가장 먼저 출시된 기업은행의 아이플랜통장은 출시 5개월이 가까워오지만 잔액이 1508억원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우리 AMA전자통장’도 출시 2개월이 지났지만 1789억원 유치에 그쳤다. 하나은행의 ‘빅팟통장’이 그나마 6950억원을 유치했다.
지난달 크게 늘었던 정기예금 역시 일부 은행의 특판이 끝나면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4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1일 현재 189조2930억원으로 11월말에 비해 6186억원 줄었다. 11월에는 은행들이 6%대 특판을 판매하면서 한 달간 8조1922억원이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11월22~30일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올려 8영업일 만에 약 3조원을 유치했고, 신한은행도 10월8일부터 최고 연 6.1%의 이자를 주는 특판예금을 출시해 11월말까지 1조5천억원을 팔았다. 결국 11월의 정기예금 증가는 특판에 따른 일시적 ‘반짝 효과’였던 셈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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