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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여행업도 공룡이 삼킬라’ 중소업체 비상

등록 2007-12-02 22:02

롯데·씨제이 등 대기업들 사업확대 나서…업계 지각변동 예고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여행업에 뛰어들면서 중소여행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7월 일본 최대 여행사인 제이티비(JTB)와 합작한 롯데제이티비를 설립해 여행업에 뛰어들었고, 씨제이홈쇼핑도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공동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삼성카드와 신라호텔도 여행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여행업체들은 국내 여행업계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한다. 기존에도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국외출장 지원 등을 이유로 소규모 여행업을 운영해오긴 했으나, 본격적인 여행사업 진출은 그 의미와 파장이 전혀 다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여행업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경쟁력이 취약한 상당수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들의 잇단 여행업 진출은 관광수지 적자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등록된 여행사는 1만711개(11월1일 현재)에 이르며, 이 중 5792곳이 국외여행을 알선(아웃바운드)하는 업체이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출입국 통계를 보면, 올들어 9월 말까지 출국자 수는 1009만2479명으로, 방한 외래객 468만6117명의 2.2배나 됐고 관광수지 적자는 78억달러에 이른다. 출국자 수는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12.6%씩 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출국 인원이 지난해 1161만명을 넘어 1300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신규진출한 대기업들이 새로운 여행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한정된 파이에서 기존 업체들의 고객을 빼앗아가고, 외국인관광객을 들여오기보다 내국인의 국외여행 사업에 치중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몇몇 대형업체들이 항공사와 랜드사(국외 현지 여행사)들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중소 여행사들이 독자적인 모델로 발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행업계에서는 취약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일정 기간 대기업들이 여행업 진출을 유보해달라고 요구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지난 7월 “대기업의 여행업 진출을 제한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홈쇼핑 정재훈 부장은 “ 중소업체들의 입장을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우리는 매장이 없는 온라인 판매이므로 사업확대에 한계가 있고, 주요 고객층도 기존 중소업체들과 겹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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