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2012년 세계박람회에 여수가 확정되자 전남 여수시청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밤샘 응원전을 펼치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시민들 긴장·초조 ‘밤샘 진땀’
재수 끝에 2012년 개최…결선서 14표 차 확정
한국 대전 이어 두번째…4조원 경제효과 기대
재수 끝에 2012년 개최…결선서 14표 차 확정
한국 대전 이어 두번째…4조원 경제효과 기대
막판 뒤집기는 없었다. 여수가 재수 끝에 마침내 모로코 탕헤르를 제치고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했다.
우젠민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 의장은 27일 새벽 5시50분(한국시각), 이날 열린 제142차 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통해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여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40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프랑스 파리의 팔레 드 콩그레에서 열린 총회에서 여수는 결선투표에서 77표를 얻어 63표를 얻은 모로코 탕헤르를 14표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 바로 가기] ▶투표 진행 30여분 동안 텔레비전 중계 중단…눈과 귀 전화기에 이날 최종 개최지 발표는 앞서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이 순연되면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30분 가량 늦어졌다. 총회 세시간 전부터 총회장 주변에서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여수시민 300여명과 정부·유치위 관계자, 취재진의 초조함도 더해갔다. 더구나 투표가 진행되는 30여분 동안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중계도 중단돼 모두는 애를 태워야 했다. 총회장 주변의 눈과 귀는 결과가 총회장에서 걸려올 전화기로 집중됐다. ▶1차투표서 13표 차 앞섰지만 결선서 뒤집힐까 수군수군 초조감
마침내 1차 투표에서는 여수가 68표, 모로코 탕헤르 59표, 폴란드 브로츠와프가 13표를 얻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참석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결선투표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는 불안한 수군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2차 투표는 1차 투표 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발표가 이뤄졌다. 전화기를 통해 “한국 77표…”라는 말이 터져나오자마자 총회장 주변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로 얼싸안고, 축하의 악수를 건네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선투표에서 패한 모로코쪽 인사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잠시 뒤,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통해 공식결과가 발표되자 함성은 더욱 커져갔다.
▶마침내 “한국 77표” 흘러나오자 서로 얼싸안고 “와!”
이어 우젠민 총회 의장과 함께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한덕수 총리는 차분한 표정으로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열린 내신 기자들과의 회견에서는 환한 표정으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 총리는 상기된 얼굴로 김재철 유치위원장, 강무현 해수부장관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연달아 “만세”를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문이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총회장은 다시 한번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노 대통령은 유치위에 보낸 축하전문에서 “온 국민과 함께 기쁘게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수시민과 유치위의 노고를 격려했다.
▶2002년 만리장성에 막힌 뒤 500일 동안 지구 42바퀴 돌며 재도전
여수는 지난 2002년 중국 상하이에 패해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한 뒤, 지난해 5월 두번째 도전에 나선뒤 지난 500일 동안 지구 42바퀴 거리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계속해 왔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모두 40여 차례에 걸쳐 110개 나라에 유치사절단을 파견해 여수 지지를 요청했다. 정부도 한덕수 총리가 중심이 돼 해양수산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유치 교섭활동을 벌였다. 한 총리는 여수세계박람회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한 명이다. 45개 세계박람회기구 회원국 대사를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열었고, 지난 9월에는 유럽 4개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또 유엔 기후변화협약 고위급 회담에도 참석해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수박람회 개최의 당위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여수 세계박람회의 주제를 환경·해양 등으로 정한 것은 한 총리의 아이디어였다.
▶40여 차례 110개국에 유치사절단 보내고 노 대통령도 막판까지 전화공세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정상회담에서 빠짐없이 여수 세계박람회를 회담 의제로 올려놓고 지지를 당부했다. 이달 초에는 각국 정상에게 편지를 보내 힘을 보탰다. 총회를 앞두고서는 전화를 걸어 막판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세계박람회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상들 간의 교감이 유치여부에 중요한 요소가 돼가고 있다.
▶기업들 경제인맥에 촘촘한 ‘그물망’…정몽구 회장 앞장서 지구촌 누벼
기업들의 활동도 눈부셨다. 현대·기아차, 삼성, 에스케이, 엘지 그룹 등 재계는 사업을 통해 구축해 놓은 해외 경제계 인맥을 통해, 회원국 정부가 여수 유치를 지지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특히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모두 6번 출장길에 올라 슬로바키아와 체코를 각각 두 차례 방문했고 터키·브라질·프랑스·미국·캐나다·러시아 등 8개국을 글로벌 현장 경영을 겸해 방문했다. 총리급 이상의 인사를 만난 것만 해도 다섯 차례에 달한다. 칠레는 이런 정 회장의 노력이 바탕이 돼 새로 회원국으로 가입해 여수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는 오현섭 시장이 의료봉사단과 함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를 방문해 교섭활동을 벌였고 여수시민 400여명은 자발적으로 ‘여수 지구촌 사랑 나눔회’를 만들어 저개발국가를 돕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경쟁 상대 모로코는 인근 프랑스 스페인 등 업고 턱밑 추격
하지만 이런 외교적 노력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모로코와 가까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공공연히 여수 개최를 반대해 줄 것을 다른 나라에 요청하기도 했다”며 “냉엄한 외교현실을 접할때는 좌절과 분노가 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여수가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정부, 재계, 민간이 합심해 세계박람회 유치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지난 500여일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교전쟁…민-관 협력 환상적인 완벽 조화”
특히 이번 유치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모든 인사들이 유기적인 민·관협력의 성과를 꼽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민·관 합동 대책본부장을 맡아온 조태열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은 “매일 아침 대책회의에 재계 직원이 꼬박꼬박 참석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고 유기적으로 협조했다”며 “민·관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마음을 합쳐 성과를 거둔 예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정도로 정부와 재계, 지자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던 것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관계자는 “이번 박람회 유치는 외교전쟁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외교역량을 시험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기관, 재계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세계 곳곳을 누볐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승리했다”고 말했다.
▶‘상업적 이익’ 뒤로하고 ‘보존과 어울린 지속가능한 개발’ 내세워 호응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선정한 것도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양도시라는 여수의 특성을 이용해, 개발과 보존이 양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여수박람회의 주제를 정한 것은 특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유럽 선진국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유럽은 폴란드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여수 유치 성패의 관건이었다. 또 지구온난화 및 환경문제 해결과 같은 전인류적 가치를 전면에 내걸어 그동안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던 세계박람회와도 차별화를 기할 수 있었다. 한 총리는 개최지가 확정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라는 의제가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어 유치에 성공한것 같다”고 승리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치위 관계자들은 막판까지 섣불리 우세를 장담하지 못했다. 내심으로는 여수의 우세를 확신하면서도, 경쟁국인 모로코와 폴란드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판세분석에는 극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사전 약속과 달리 언제든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무기명 비밀투표방식도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게 했다.
▶무더기 신규회원국 가입설 떠돌며 막판 한때 긴장
특히 총회를 며칠 앞두고, 모로코가 무더기로 신규회원국을 가입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면서 대표단의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대표단은 매일 아침 신규가입국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이런 우려는 총회 이틀전인 지난 금요일, 세계박람회기구 사무총장을 통해 이번 총회에 더 이상 신규가입이 불가능하다는 확인을 받고나서야 다소 진정됐다. 이런 우려때문에 당초 한국과 폴란드는 신규회원국 가입을 통한 유치활동을 자제하자는 신사협정을 경쟁국간에 맺을 것을 사무국에 제안했었다. 하지만 회원국 수를 늘려 위상을 높이려 한 사무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로코 국왕 직접 참석 읍소작전설도 촉각
한국 대표단을 긴장시킨 또다른 요인은 모로코 국왕이 직접 총회에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투표 직전 국왕이 직접 회원국 대표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일종의 막판 읍소작전이 가져올 파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로코는 현 국왕의 동생이 총회장을 방문하는데 그쳤다. 결국 소문으로 끝난 셈이다.
▶한국 1993년 대전 이어 두번째…2012년 5월12일부터 석달동안 열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그해 5월 12일부터 석달동안 열린다. 세계박람회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네 차례, 한국은 지난 1993년 대전에서 한 차례 개최한 경험이 있다. 중국은 상하이가 2010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한다.
이에 들어갈 총사업비는 1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도로·공항·철도 등 인프라 시설 확충에 7조7000억원, 박람회 참가자 숙박시설 건립 등을 위해 민간에서 2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건설 투자 등 조기에 필요한 재원은 내년 예산에 반영이 되지 않은 만큼 예비비를 활용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유치위는 세계박람회 개최로 모두 14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9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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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한 27일 프랑스 파리 팔레 드 콩그레에서 열린 제 142차 BIE 총회 중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재철 유치위원장, 한 총리, 우젠민 BIE의장, 로세르탈레스 BIE 사무총장. 파리/연합뉴스
전남 여수시가 2012세계박람회 개최지로 확정된 27일 새벽 밤새 응원을 펼쳤던 여수시청에서 시민들이 서로 얼싸안은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뒤로는 유치 기념을 축하하는 축포가 쏘아 올리고 있다. 여수/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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