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시아 주요 이머징마켓의 주가 하락률
서브프라임 불안 확산 따라 이달 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주식 등 ‘위험 자산’에서 미국 국채 같은 ‘안전 자산’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또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헤지펀드 등이 투자금을 회수해 엔화를 갚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도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가가 동반 급락하고 미국 국채와 엔화 값은 급등하고 있다. 미국에선 내년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는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불문하고 모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에서의 이탈이 커, 이달 들어 23일까지 홍콩 H지수가 21.9% 하락한 것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5.5%) 한국 코스피지수(-14.1%) 대만 자취안지수(-14.1%) 등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한국에서 63억달러, 대만에선 48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4.36%에서 23일 4.05%까지 하락했다.(금리 하락은 채권 값 상승 의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때면 함께 ‘몸값’이 올라가는 엔화도 연일 강세를 보여, 엔-달러 환율이 200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08엔대 이하로 내려갔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900원대에서 930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달러가 엔화에는 약세지만 이머징마켓 통화인 원화에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되고, 금융 부문에서 실물 부문으로 옮아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23일 밤(현지시각)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유로권 자금 시장에 새로운 긴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번주 대규모 자금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더 타임스>는 24일 “서브프라임 충격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돼 수십만명이 주택을 처분해야 할지 모른다”며 서브프라임을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내년에 이자율이 크게 오르는 서브프라임 대출이 3620억달러에 이른다”며 “내년에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지원 제이피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신용 경색에 대비해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당분간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되돌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선희 김외현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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