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주요 일정 변경사항
이병철 회장 20주기 추모식 축소
이건희 회장 취임 20돌 행사도 불투명
“연말 구조조정 계획도 차질 빚을 듯”
이건희 회장 취임 20돌 행사도 불투명
“연말 구조조정 계획도 차질 빚을 듯”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뒤 삼성그룹 수뇌부들은 ‘당혹과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의 특별수사가 시작된데다 정치권에서도 삼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삼성으로서는 앞으로 어떤 거센 후폭풍을 맞을지 가늠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삼성은 그룹차원의 공식 행사와 주요 경영 일정을 잇따라 축소·연기하며 여론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공식일정 줄줄이 취소·연기=삼성은 19일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20주기 공식 추모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경기 용인 삼성에버랜드 묘역에서 몇몇 재계 인사들을 초청한 가족 추도식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다음달 5일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돌(취임일은 12월1일) 기념행사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이 회장의 ‘신경영 20돌’ 행사를 새출발의 계기로 삼으려 했는데 외부 변수로 차질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계열사별 내년 경영계획과 사장단 인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은 올 들어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주력인 전자 계열사 대부분이 혹독한 경영진단을 받았고, 그룹 차원에서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가며 ‘5~10년 뒤 먹거리’ 발굴을 독려해왔다. 한 계열사 임원은 “경영계획을 조정·추인할 그룹 사령탑이 온통 이번 사태 대응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올 연말 사장단·임원의 대폭 물갈이나 추가적인 사업구조조정이 힘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업 일선에서는 대외 신인도에 끼칠 악영향을 가장 우려한다. 한 전자계열사 마케팅담당 임원은 “이번 사건이 ‘뇌물 스캔들’로 외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국 거래선들이 공급 차질이나 정부 제재 등의 가능성이 없는지 종종 물어온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이 문제가 장기화하면 신뢰도 문제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내부 단속 강화=한편으로는 또다른 ‘사고’가 불거지지 않을까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얼마 전 사내 통신망에 올라온 직원들의 댓글이 유출돼 언론에 보도된 이후(<한겨레> 11월8일치 8면) 사내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삼성에 비판적인 내부 의견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때에 내부 상황이 또다시 고스란히 유출된 상황을 ‘위험 신호’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애초 김용철 변호사의 도덕성과 신빙성을 공격하며 여론전을 펼쳤고, 이후 법무실을 중심으로 김 변호사의 주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의혹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 ‘정면 대응’을 공언하고 있지만, 현실은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게됐다. 한 대기업의 전략담당 임원은 “검찰이 특별수사에 나서고 정치권이 특검법을 발의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아무튼 기업 처지에선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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