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지배구조 현황
에버랜드외 지분매입 경위 등 조사안돼 ‘미완’
삼성그룹은 이재용씨의 지분 취득 과정이 담긴 내부 문건에 대해 “재용씨의 재산 형성 과정을 명쾌히 밝히기 위해 만든 해명자료로, 2003년 삼성에버랜드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제출돼 검찰이 모두 수사했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내부에 숨겨져 있던 문건이 아니며, 이 문건을 제출받은 검찰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또 “사제단은 이 문건이 2000년에 작성된 것이라면서 마치 삼성이 오래 전부터 지분 승계 시나리오를 실행해 온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사제단과 김 변호사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 문건이 ‘사전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삼성 쪽의 해명이 이 문건에 나오는 그룹 차원의 개입과 편법 승계의 정황을 부인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우선 삼성이 ‘검찰에 제출했다’는 자료는 정확히 말해 이번에 공개된 문건과 다르다. 삼성 역시 이 점을 인정한다.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이 문건은 변론용으로 만든 초기 자료다. 이를 근거로 대응했다는 것이지 이 문건 자체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검찰이 수사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된 사안’이란 설명은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있다. 당시 검찰의 수사 초점은 이 전무에게 배정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가격의 타당성 여부에 맞춰져 있었다. 검찰 수사가 에버랜드 외의 다른 계열사들까지 포함한 그룹 차원의 개입에는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는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외에 계열사 지분을 사들인 경위, 자금 출처와 흐름 등에 대해서는 거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문건에 실명으로 나온 전·현직 임직원들도 대부분 수사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에 이미 제출된 자료이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다는 삼성 쪽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삼성은 ‘이재용 전무의 계열사 지분 매매’가 순수 투자 목적이었으며, 계열사들도 개별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문건에는 삼성의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전·현직 임직원들의 실권 이유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곳곳에 적시돼 있다. 삼성의 주장대로 ‘이 전무 개인의 일’이라면 삼성이 굳이 이렇게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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