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소외계층 지원방안(6월 발표)과 현황
업계, 재원 마련에 시큰둥…“정부 할 일 민간에 떠넘겨” 지적도
정부가 6천억원대 규모의 재원으로 금융소외계층에게 의료비, 교육비, 창업자금 등을 대출해주겠다고 발표했던 금융소외계층 지원방안이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초 정부가 기대했던 민간부문에서의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재정경제부는 서민들의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자 은행대출을 받기 힘든 저신용자 계층을 위한 여러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아주 일부였다. 정부는 위기 상황의 저소득층에게 한시적으로 생계·주거·의료 등을 지원하는 제도인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확대하는데 1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6300억원은 모두 민간자금을 이용한 사업들이었다.
우선 ‘사회투자재단’과 ‘휴면예금관리재단’에서 5300여억원을 들여 저소득층 고등학생에 대한 교육비 대출제도와 중·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대출제도를 도입하고, 저신용계층의 창업과 자활을 지원하는 무보증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생명보험회사들이 증시 상장의 대가로 출연하는 사회공헌기금을 이용해 저소득층이 싼 보험료로 의료·교육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소액보험’(마이크로인슈어런스)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 부분은 휴면예금관리재단밖에 없다. 내년 2월 설립 예정인 휴면예금관리재단은 올 연말부터 주인을 찾아주고 남은 휴면예금으로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투자재단은 사정이 다르다. 애초부터 휴면예금관리재단과 성격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사회투자재단은 최근 설립추진위원회에서 ‘인력양성, 제도연구 등 마이크로크레디트 인프라 구축 지원’에 집중하기로 사업내용을 정리했다. 기획예산처 양극화민생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재 확보된 재원은 없고 순수 민간 기부와 정부의 연구위탁에 따른 용역비 등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재원”이라며 “여러 논의 끝에 큰 돈이 들지 않는 사업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애초 사회투자재단은 정부예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회공헌기금, 휴면예금 등을 재원으로 검토했었다.
소액보험 사업도 불투명하다. 생명보험협회가 최근 발표한 사업계획에는 소액보험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 20년간 1조5천억원을 출연해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을 만든 뒤 △난치병 어린이 지원 △불임부부 지원 △사회적 의인 발굴 등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휴면예금재단이 만들어져 금융소외계층 지원을 전담하기로 한 마당에 굳이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6월에는 협회와 소액보험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의가 됐다”며 “협회가 지금도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6천억원대 금융소외계층 지원’은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애초부터 정부 재정보다는 민간의 자발적인 기금에 기댄 점이 한계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송태경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 근로계층 일반에게 생계비, 병원비, 긴급 운전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공적금융 제도가 지금보다 폭넓게 마련돼야 한다”며 “민간 차원의 대안금융도 정부가 유인 정책을 마련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의 공적금융이 기본이고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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