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사장
실적 저조 ‘인책론’ 대두
분위기 반전시킬지 관심
분위기 반전시킬지 관심
삼성전자가 23일 이른바 ‘황의 법칙’을 8년 연속 입증하는 자리에, 정작 주인공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발표 행사도 유명 호텔을 빌려 대규모로 진행한 예전과 달리 삼성전자 본관 회의실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황 사장은 발표회 뒤 오찬 자리에 나왔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성숙되도록 계속 키워나가겠다”며 원론적인 말만 하고 금세 자리를 떴다. 황 사장이 이렇듯 몸을 낮추는 까닭은, 삼성그룹 안팎에서 거론되는 ‘인책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대표 주자인 황 사장은 올해 들어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진에 기흥 반도체 공장의 정전 사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겸임해 온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장 자리를 떼어냈지만, 그의 거취를 두고 여러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은 신공정 도입 과정에서 제때 수율을 올리지 못해 국내 경쟁사인 하이닉스한테까지 영업이익률이 밀렸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반도체는 수조원대 투자를 한 뒤 기회가 왔을 때 그만한 수익을 내야 하는데, (황 사장이)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와 시장 전망 등 경영적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번에 황 사장이 8년 연속 ‘황의 법칙’을 입증한 것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부문이 지난 3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낸 점도 황 사장에게는 우호적이다. 한 대기업의 전략 담당 임원은 “삼성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대표 시이오의 거취를 쉽게 가늠할 수 있겠냐”며 “실적으로 말하는 삼성그룹 인사 스타일대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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