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사업 위기감에 ‘신사업 발굴’ TF팀 꾸려
“에너지·바이오·환경등 가지 않은 길 가보자”
“에너지·바이오·환경등 가지 않은 길 가보자”
삼성이 ‘차세대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19일 “5~10년 뒤 먹고 살 신사업 발굴을 구체화하기 위해 그룹 전략기획실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는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사장)이 총괄을 맡고 3명의 임원과 6∼7명의 계열사 간부들을 파견받아 꾸릴 예정이다. 태스크포스의 임무는 △계열사들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각사 최고경영진이 결정하기 어려운 중장기 사업을 발굴하는 한편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외 사업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왜 서두르나?=삼성그룹의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통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태스크포스는 지난 6월부터 계열사별로 추진중인 성장 동력 발굴 작업을 그룹 차원에서 평가·검검하고 더욱 독려할 것”이라며 “하지만 단순히 기존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시너지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전혀 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의 핵심 수뇌부는 전자 산업 전반이 수년째 성장 정체에 맞닥뜨린 데 대해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05년 이후 매출은 정체되고 이익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3년 전부터 차세대 이통통신 등 ‘8대 성장 엔진’ 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건희 회장은 올 들어 “신수종 사업을 찾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이른바 ‘샌드위치론’, ‘위기론’을 거듭 강조했다.
어디서 찾나?=삼성이 현재 주력하지 않는 분야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거론되는 분야는 에너지·바이오·환경 등이다. 삼성은 얼마 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담당해 온 전문가를 영입하고, 삼성종합기술원에 에너지 사업 전담 부서를 따로 꾸렸다. 태양광 등 미래형 에너지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이다. 반도체 사업과 연관이 깊은 바이오칩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은 굴뚝기업에서 에너지·환경기업으로 변신한 제너럴일렉트릭을 예로 들며 “에너지와 바이오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환경 부문은 우리가 전혀 해 본적이 없지만 판단이 서면 가지 못할 법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외 기업의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보다는 철저한 독자 생존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해마다 수조원을 투자해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성장성 있는 시장은 국외 기업에 선점당하고 갈수록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국외 사업 중에서 우리 기업들이 영위하지 않는 분야에서 인수·합병 대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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