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체 영업망 통한 씨티은행식은 시간 너무 걸려”
국내 은행들의 외국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한국은행이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 은행의 자회사 출자요건을 완화하고 국내 은행의 외국 점포 설치 절차를 단순하게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4일 이런 내용의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펴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은행의 외국 진출 방식을 두가지로 나눴다. 우선 미국 씨티은행은 진출 국가에 지점을 설치해 자체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했으며, 100여년에 걸쳐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해 나갔다. 또 하나는 기존 영업망을 보유한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해 10~20년 안에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는 전략이다.
이 보고서는 “국내 은행의 외국 진출 확대가 시급하다는 점에 비추어 씨티은행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후자가 적당하다”며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한 단기 성장 추구는 급속 성장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전문인력과 금융기법의 미흡으로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건 성숙도에 따라 진출 지역 및 형태, 주력 업무 등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진출 지역을 1단계 아시아권, 2단계 동남아와 옛 소련권, 3단계 중동·중남미·동유럽 등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 “선진국 경우에도 글로벌 은행이 각 나라별로 수개에 불과한 만큼 우리나라도 소수의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외 제도 개선으로 △외국 자회사 또는 외국 금융기관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50%까지 완화하고 △국내 은행의 외국 점포 승인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하며 △은행에 투자자문과 일임업 취급을 허용할 것을 제시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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