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유가 치솟고 국제밀값 2배로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수입 물가 안정에 한몫했던 환율도 더이상 우호적이지 않다. 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해 세계 물가 안정에 기여했던 ‘중국 효과’도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풍에 추석 겹쳐 농산물 가격 오를 우려
환율 주춤·중국 인플레 등 대외변수도 가세 ■ 경기 회복에 유가 상승까지=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달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분기 2.1%, 2분기 2.4%, 7월 2.5%, 8월 2.0%였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는 2.5~3.5%, 올해 전망치는 2.3%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이런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17일(현지시각) 지난 주말보다 1배럴당 1.47달러(1.9%) 오른 80.57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80.09달러)를 경신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지난 13일 사상 최고 수준인 1배럴당 73.79달러까지 오른 뒤 계속 7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올 1월에 견줘 40% 가까이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은 각종 공산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 물가에는 직격탄이 된다. 국제 소맥(밀) 가격도 지난 1월 말 1부셸당 467센트에서 14일 현재 838센트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에만 7월에 비해 21.7%가 상승했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은 국내 가축 사료와 각종 가공식품, 음식 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경기 회복세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수요 쪽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 1분기 4.0%, 2분기 5.0%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는 4.7%, 내년은 5%대로 전망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발생한 태풍도 비록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농산물 가격을 올려 물가에 부담 요인이 된다. 한상섭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9월부터 물가가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유가 수준이 계속된다면 4분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현재 경기 회복세와 유가 상승세가 결합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3%를 넘어설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한은의 목표 상한선인 3.5%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중국 효과’는 이제 끝?=물가에 부정적 변수는 많아진 반면 우호적이던 환경은 힘을 잃고 있다. 최근 2~3년간 물가 안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던 환율 하락세가 멈칫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입 공산품이나 국제 원자재를 싸게 사올 수 있어 결과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환율 하락이 상당 부분 흡수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7월 913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95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930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방향성을 잃는 상태다. 환율의 향방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만약 환율이 올라간다면 물가 안정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중국발 인플레이션도 걱정거리다. 지난 1월 2.2%였던 중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4.4%, 7월 5.6%, 8월 6.5%로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7월과 8월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과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입 물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규인 한은 해외조사실 차장은 “중국에서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수출 구조도 고도화되면서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중국의 저가 수출품에 의한 세계 물가 안정 효과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환율 주춤·중국 인플레 등 대외변수도 가세 ■ 경기 회복에 유가 상승까지=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달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분기 2.1%, 2분기 2.4%, 7월 2.5%, 8월 2.0%였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는 2.5~3.5%, 올해 전망치는 2.3%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이런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17일(현지시각) 지난 주말보다 1배럴당 1.47달러(1.9%) 오른 80.57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80.09달러)를 경신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지난 13일 사상 최고 수준인 1배럴당 73.79달러까지 오른 뒤 계속 7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올 1월에 견줘 40% 가까이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은 각종 공산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 물가에는 직격탄이 된다. 국제 소맥(밀) 가격도 지난 1월 말 1부셸당 467센트에서 14일 현재 838센트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에만 7월에 비해 21.7%가 상승했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은 국내 가축 사료와 각종 가공식품, 음식 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경기 회복세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수요 쪽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 1분기 4.0%, 2분기 5.0%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는 4.7%, 내년은 5%대로 전망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발생한 태풍도 비록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농산물 가격을 올려 물가에 부담 요인이 된다. 한상섭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9월부터 물가가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유가 수준이 계속된다면 4분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현재 경기 회복세와 유가 상승세가 결합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3%를 넘어설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한은의 목표 상한선인 3.5%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중국 효과’는 이제 끝?=물가에 부정적 변수는 많아진 반면 우호적이던 환경은 힘을 잃고 있다. 최근 2~3년간 물가 안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던 환율 하락세가 멈칫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입 공산품이나 국제 원자재를 싸게 사올 수 있어 결과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환율 하락이 상당 부분 흡수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7월 913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95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930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방향성을 잃는 상태다. 환율의 향방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만약 환율이 올라간다면 물가 안정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중국발 인플레이션도 걱정거리다. 지난 1월 2.2%였던 중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4.4%, 7월 5.6%, 8월 6.5%로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7월과 8월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과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입 물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규인 한은 해외조사실 차장은 “중국에서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수출 구조도 고도화되면서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중국의 저가 수출품에 의한 세계 물가 안정 효과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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